창의력 올림피아드 2관왕 안지현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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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회는 리더십과 창의력이 뛰어난 인재를 필요로 한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조화를 이루어 사는 데 이 두 가지 덕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세계적으로 리더십과 창의력을 인정받은 안지현(12·영화초6)양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정한 지도자는 문제 해결의 과정을
지혜롭게 끌어갈 수 있어야"

‘어린이 대통령’으로 불리는 안양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수원 매화초등학교 발명교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이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굴리며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발명교실이라고 해서 실험도구를 가지고 화학실험을 하는 장면을 상상했지만 안양이 듣고 있는 수업은 조금 특별했다.

영어로 된 실험과제를 조원들과 함께 토의하고 그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들의 목표. 10여명으로 구성된 조원들 중에서 안양은 단연 돋보였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발표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조원들에게 역할을 분담시키는 모습에서 안양의 노련미가 묻어났다. 결국 안양의 조가 최고 점수를 받았다. 10분 안에 신문지 한 장으로 공룡의 모습을 표현하는 과제에서 이들은 뉴스를 패러디한 기발한 퍼포먼스로 다른 조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수학공식 외우는 게 싫어요

3년 전부터 안양을 지도해 온 이철규(45)교사는 “지현이는 과제 집착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고 귀띔했다. 그는 “잠재력이라는 것은 사회전반에 걸친 다양한 지식을 내면화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며 “지현이의 다양한 경험이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의력 올림피아드 2관왕이라는 영광은 안양이 무용, 악기연주, 그림 그리기, 육상, 독서 등 여러 분야의 활동에 몰두한 결과였다. 전국 무용대회에 나가서 무대에 선 경험은 남들 앞에서 떨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책에서 얻은 간접경험은 어떤 문제에 맞닥뜨릴 때 1차적인 대안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도와줬다.

싫어하는 과목이 뭐냐고 묻자 안양은 단번에 “수학이요”라고 답했다. 수학공식을 외우는 게 싫어서란다. 안양은 “예전에 딱 한번 보습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제가 수업시간에 너무 조는 바람에 한 달 만에 그만뒀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안양은 학교 공부보다는 예체능 같은 교과외 활동에 더 관심이 많다. 학교 공부에만 매달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힌 것이 결국에는 잠재력과 창의력으로 발전한 것이다.

안양은 지난 학기 전교 어린이 회장에 해당하는 어린이 대통령으로 선출돼 한 학기동안 많은 활동을 했다. 청와대를 방문해 민주주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가 하면 교내 모의 유엔 총회에서 의장을 맡아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를 펼치기도 했다.

어린이 대통령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는 몇몇 친구들이 자기 생각만 고집하면서 의견조율에 협조하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안양은 양보의 미덕을 배웠다. “모든 사람이 자기주장만 하고 자존심을 내세우면 큰 목표를 이룰 수 없어요. 먼저 양보하고 나중에 다른 의견을 가진 친구를 설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더라고요.”

이 교사는 “지현이도 처음에는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끝까지 자기주장을 고집했던 아이”라고 비화를 공개했다. 안양은 처음 발명대회에 나가 금상을 받고, 다음에는 동상을 받았다. 세 번째 출전 때는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서 엉엉 울고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해할 수 없다며 선생님께 따지기도 했다. 이때 이 교사는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경쟁의 냉혹함을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안양을 설득했다. 그는 “패배할 준비가 돼있다는 말은 패배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이 돼있다는 말과 같다”며 “최선을 다하되 양보할 줄 아는 포용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다하되 양보할 줄도 알아야

리더십과 창의력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이 교사는 ‘창의력→창의성→창조력’ 3단계 흐름에 대해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창의력이란 선천적후천적으로 자신의 머릿속에 저장해두는 여러 가지 힘이다. 창의성은 이러한 창의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즉 특정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에 있는 힘을 끌어오는 과정을 지칭한다.

마지막 창조력은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의 결과다. 이는 성공이 될 수도 있고 실패가 될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을 발휘한 것이라면 그 과정은 결과에 상관없이 소중하다.

지도자란 이런 문제 해결의 과정을 지혜롭게 끌어갈 수 있는 사람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서 그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도록 결정하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리더다. 안양이 마지막으로 야무지게 덧붙인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의 한 부분을 맡아 뒤에서 이야기가 잘 흘러갈 수 있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죠.”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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