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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선거가 이젠 지구촌행사-96세계의 선거 중간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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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념은 더이상 문제가 아니다.다만 무능하거나 부패한 정권,민심을 읽지 못하는 정권은 여지없이 무너진다.』『웬만한 나라의선거는 이제 그 나라만의 선거가 아니다.정보와 이해(利害)의 얽힘 속에 온세계가 각국의 선거를 주목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함께 「지구촌선거」를 치른다.』올들어 실시된 세계 20여 국가의 선거결과가 전해주는 메시지다.지구촌선거의 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난히 선거가 많은 올해,지금까지의 선거결과 집권정당.인물이 바뀐 경우가 과거 어느때보다 잦았 다.또 재집권에 성공한 정권이라도 야당과의 지지도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아 정치권력을 견제하려는 민의(民意)가 강력히 작용했다.
강대국이나 주변국들은 이해관계가 걸린 국가의 선거에 음(陰)으로 양(陽)으로 깊숙이 개입했다.
미국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재선시키기 위해 각종 대(對)러시아 지원책을 내놓고 선거전문가들을 옐친진영에 들여보냈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미국.유럽의 「편들기」도 노골적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무능.부패정권의 퇴진은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된 현상이었다.
과거 쿠데타나 민중봉기등으로 정권이 바뀌었던 후진국이나 개도국들에서도 선거라는 평화적 방법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47년 독립 이후 단 4년을 빼놓고 줄곧 권력을 잡았던 인도국민의회당은 계속되는 빈곤과 무기력한 대외정책,그리고 각료급들이 줄줄이 연루된 부패스캔들로 9억 인도인들에게 외면당했다.
무능정권 응징 케이스로는 방글라데시.몽골의 전임 정권들을 꼽을 수 있다.
부패.무능은 아니었으나 장기집권 과정에서 국민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무너진 정권도 눈에 띈다.
***방글라데시 無能도 응징 호주 노동당의 폴 키팅 전총리는13년간 정권을 잡아 마음을 놓았던 탓인지 「탈(脫)유럽」정책과 영(英)연방 탈퇴 노선에 싫증을 느끼는 국민의 심리를 제대로 읽지 못해 정권을 내줬다.
이 점은 점령지 영토반환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던 이스라엘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 전총리도 마찬가지다.전세계적인 「이념퇴조」현상도 계속됐다.
몽골.체코.알바니아에선 비(非)공산정권이 계속 집권에 성공했다.거꾸로 스페인.에콰도르에는 좌익정권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정당의 이념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생활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가 선거결과를 좌우했다는 것이다.
중남미.아프리카는 여전히 민주화와 빈곤퇴치가 가장 큰 이슈였다. 대통령 연임이 금지된 헌법규정에 힘입어 남미 과테말라에서는 민주세력이 과거 군사정권의 후원을 받는 정당을 꺾고 민주화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도미니카는 전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친여(親與)인물이 정권을 잡았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개발독재」논리가 먹혔다.
***민주화.빈곤퇴치가 이슈 니제르.우간다에서는 쿠데타 또는내란주도세력이 선거라는 요식행위를 거쳐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앞으로 미국(11월)과 일본(연말~연초 예상)을 비롯한 뉴질랜드.불가리아.니카라과,그리고 분쟁지역인 레바논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등 20여 국가가 총선 또는 대선을 치른다.
특히 미 대선과 일 총선은 21세기를 시작할 세계 역사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빅 이벤트」들이다.
올해 「지구촌선거」 결과는 21세기로 진입할 세계 질서에 과연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까.
선거 깊숙이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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