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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학생.교사에게 방학을 돌려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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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육 개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왜 교육개혁을 해야 하는지 지혜롭게 살피고,스스로를 움직여 변화를 꾀하는 의식개혁이전제되지 않는 한 개혁은 실패하게 마련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입시 위주의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이는 21세기의 새로운 시대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 인간다운 품성을 가진 참인간을 키워내자는 교육개혁의 근본 취지와는완전 역행하는 현실이다.시대와 사회는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데 학교는 오히려 정반대의 길로 달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 땅의 고교 교사들은 날마다 정상적인 일과(日課)외에 1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보충수업을 더 해야 한다.다시 오후10시 안팎까지 자율학습 감독을 해야 한다.교육개혁 시대에 걸맞은 교수방법을 연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할 시 간은 커녕 건강을 돌볼 여유조차 없다.오죽하면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체력』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까.
교사들이 이러니 학생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집에 다녀 오겠습니다』는 말처럼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과는 도무지 거리가 멀다.여전히 암기 위주의 주입식 학습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지금 우리가 시도하는 교육개혁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정보화라는 인류사에 기록될 만한 엄청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세계가 무한 경쟁을 하고 있는 현재,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느냐는 우리 민족과 국민 개개인의 생존 그 자 체의 문제다.2기에 접어든 교육개혁이 교육정보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을 들여 학교 현장에 전용통신망을 확충하는등 교육정보화를 구현했다고 해도 시대착오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에 집착하는 한 모든 노력이 쓸데없는 예산 낭비로 끝날 것이다.혹시라도 이런 문제점들은 앞으로 고쳐질테고 그 때를 위해서라도 교육 정보화는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쉽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학교 정보화를 한다고 각급 학교에 공급한 수많은 XT컴퓨터들이 지금까지 무엇을 해 왔는가.
이제 곧 여름방학이다.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예년보다 더욱 강화된 일정으로 거의 매일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실시할 계획이다.방학의 교육적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보니 차라리 방학을 없애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제라도 반교육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폐지해야 한다.이번방학에는 교사들에겐 교육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시간을,학생들에겐 자신의 적성과 재능.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자기 정리와 체력 증진의 시 간을 반드시 되돌려주어야 한다.
교육개혁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올곧고 질높은 교육을 위하여 모든 구속과 억압을 과감히 혁파할 때 가능하다.
허병두 숭문고교사.교육개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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