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공연단 과열유치 자제를-공연예술매니저들 한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문예진흥기금을 안 낼 수는 없지만 그 돈이 과연 음악문화 발전에 기여하는지 의문입니다.뜻있는 기획공연에 혜택이 돌아오도록 해야 합니다』『지방문화 육성을 위해 서울공연으로 홍보가 충분히 된 다음 지방 순회공연을 했으면 좋겠습니다.기 업 후원을얻을 때도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도 생각해 주십시오.』지난 5일 경주 콩코드호텔.한국공연예술매니저협회(PAMA Korea.
회장 김용현) 하기연수회에 모인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뜨거웠다.
창설 이래 80여명이나 되는 많은 회원이 모인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모두들 놀라는 표정이었다.공연매니지먼트 업계에 확산된 위기의식 때문일까.불황의 여파 탓인지 예년 같으면 전석 매진이 되고도 남을 만한 외국 오케스트라의 내한공 연도 객석을채우기 힘들고 「열린 음악회」등 무료음악회 때문에 표를 사 음악회에 가는 청중들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외국공연단체 유치에서의 과열경쟁을 없애고 회원사 상호간의 정보교환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열된 내한공연 유치경쟁 때문에 턱없이 많은 개런티를 지불하는 일이 허다하고 이는 티켓가격 상승으로 연결돼 결국 청중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았다.
국내 몇몇 기획사에서 과당경쟁을 부추기자 미국내 세계 굴지의기획사인 CAMI.ICM등에서는 노골적으로 국내 기획사들에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어 국익 차원에서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일본 감바라음악사무소에서는 내년 10월테너 로베르토 알라냐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일본 순회공연을 유치하던 중 미국 매니저측에서 원래 예정됐던 개런티 1천만엔에서 5백만엔을 인상하자 공연계획을 취소했고 다른 회원사들도 이에 동조하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연기획에도 직접 손을 대기 시작해 한국무지카.서울예술기획.미추홀예술진흥회.부산예술협의회등 10여년 동안이 분야에서 일해 온 민간업체들은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음악계에서는 이들 단체가 그동안 문 을 닫지 않고명맥을 유지해 온 것만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음악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뒤늦게나마 정부에서도 92년 PAMA를 문화체육부 산하단체로 받아들이고 국내 민간업체 육성책을강구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다.
정재옥 협회사무국장은 『순수한 입장료 수입만으로는 클래식 공연은 성사되기 힘들다』면서 『PAMA가 활성화돼 협회 차원에서기업후원을 유도하고,서울과 지방의 정보교환.세금감면.공연상품권발행등 당면과제가 해결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