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올 상반기‘실속 없는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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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 상반기 기업들의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수익성은 되레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이 헛돌면서 연비가 나빠진 셈이다.

한국은행이 상장·등록법인 1578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2분기 기업경영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들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9% 증가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1분기(18.2%)에 비해 2분기(24.8%)에 더 높아졌다. 특히 2분기의 증가율은 한은이 분기별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외형만 보면 기업들의 매출이 쑥쑥 늘어 호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수익성이 자꾸 낮아지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매출액 증가세가 높게 나온 것은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도 있지만 원재료비 상승으로 판매가격이 오른 효과도 컸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법인세를 내기 직전의 순이익을 매출액과 비교한 매출액 세전 순이익률은 2분기 6.7%로 1분기(6.9%)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기업들이 평균적으로 1000원어치를 팔아 67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수익성을 표시하는 이 지표는 특히 비제조업의 경우 2분기 3.4%에 그쳤다. 제조업(8.7%)과의 격차가 더욱 커진 것이다. 또 기업들의 현금 수입이 줄어들면서 지급 능력도 약해졌다. 조사 대상 제조업체들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수입은 1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8억원보다 29억원 줄었다. 전기가스업은 3247억원에서 1362억원으로, 서비스업도 248억원에서 189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박영환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기업들의 매출액이 늘어났으나 매출채권·재고 등 현금으로 확보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는 기업들의 단기 지급 능력이 악화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재무구조도 다소 나빠졌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6월 말 현재 평균 96.4%로 지난해 말의 86.5%에 비해 반년 새 9.9%포인트 높아졌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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