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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위기의 9월 이번엔 ‘바깥’이 문제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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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17면

예고된 위기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한국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9월 위기설’은 말 그대로 설(說)로 끝났다. 국고채 만기일(11일)에 외국인 채권자금의 이탈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혼란은 없었다. 하긴 고작 5조원의 외국인 채권만기 자금이 한국 경제를 침몰시킬 것이란 얘기 자체가 허무맹랑한 것이었다.

강만수 경제팀은 “그것 봐라. 정부가 뭐라고 했는가”라고 시장을 질타했다. 하지만 그렇게 큰소리만 칠 게 아니다. 이번 위기설은 쓰디쓴 교훈을 남겼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와 시장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로 굴러가고 있는지를 다시금 일깨워줬다.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할 마켓 리더는 없었다. 현 경제팀이 시장으로부터 얼마나 큰 불신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10년 전 외환위기가 남긴 트라우마(정신적 상흔)가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음도 드러났다. ‘펀더멘털’ 타령만 했다가는 언제 다시 진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경각심도 심어줬다.

진짜 위기는 소리 없이 엄습하기 마련이다. 외환위기와 카드사태가 그랬다. 9월 위기설을 넘겼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특히 나라 밖의 경제 사정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언제 쓰나미로 돌변해 한국까지 휩쓸지 모른다.

미국의 금융상황이 심상치 않다. 리먼브러더스는 한국산업은행이 인수를 포기한 뒤 주가가 42%나 폭락하고 자금줄이 완전히 끊겨 난파선 신세가 됐다. 리먼이 끝내 쓰러지면 국제 금융시장에 또 한 차례 소용돌이가 일 것이다. 리먼 쇼크가 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메릴린치와 UBS가 다음 차례라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미국 최대 대부조합인 워싱턴뮤추얼도 자금난에 봉착했다.

한껏 잔치판을 벌였던 브릭스도 쑥대밭으로 변했다. 중국과 인도가 앞서 흔들리더니 이번엔 브라질과 러시아가 아우성이다. 브릭스 버블의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그 여파는 한국에도 분명 파급될 것이다. 원유값 하락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글로벌 경기의 본격 침체를 반영한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국내외 시장의 널뛰기와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나 시장이나 위기 관리의 끈을 늦춰선 안 될 일이다.

 
▶이번 주
●16일 미국 8월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17일 한국 8월 수출입물가 동향 발표 ●19일 정부,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그린벨트 추가 해제, 종부세 완화 방안 등 제시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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