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은 부자 놀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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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15면

유기농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은 대개 ‘몸에야 좋겠지만 비싸서…’ ‘유기농이라는 게 부자들 놀음 아닌가?’ 같은 말을 한다. 과학을 등에 업은 사람은 이 틈을 타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농산물이 우리 몸에 더 좋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들은 유기농 재배를 단순히 소비자 개인의 건강에만 연결할 때 빚어진다. ‘유기농’이라는 말로 사람들에게 처음 접근할 때는 개인의 건강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 그저 내 몸에 좋다니까 먹는다는 생각은 강장제를 찾아서 희귀동물을 마구 잡는 일과 다를 바 없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땅의 생명력을 되살리자는 생각은 그저 인공의 것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생소하기만 했던 농약과 화학비료는 처음에는 기적 같은 선물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생산성이라는 이름 아래 땅은 죽어가고 그렇게 죽어가는 땅에서 흐르는 물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유기농산물은 왜곡된 유통 구조를 바꾸는 데도 좋은 역할을 한다. 유기농산물을 사려면 대개 생협, 즉 생활협동조합이나 유기농 전문 매장을 찾아야 한다. 생협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합이므로 판매금이 농민에게 대부분 돌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유기농 전문 매장도 직거래로 여러 단계의 유통 마진을 줄이기 마련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으로 시작되는 유통의 변화가 땀 흘려 일한 농민들이 그 대가를 제대로 받고, 도시의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것을 살 수 있는 길이다.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반대가 비과학적인 미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종자 개량과 다를 바 없으며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없다고 말한다. 나타난 지 이제 10년 남짓이니 연구 결과는 있을 수 없다. 해충을 막는 농약 성분을 유전자에 담고 있는 옥수수는 다른 보통 옥수수들을 다 해치고 땅에서 사라지지도 않는다. 바이러스의 변이에 대해 걱정하면서 항생제 남용을 염려하는 과학자가 농약이 유전자에 들어 있는 농산물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이상을 끼칠지 추론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유전자 변형 작물은 콩과 옥수수가 많다. 콩은 식용유를 만드는 데, 옥수수는 가공식품에 널리 쓰이는 과당을 만드는 데 대부분 쓰인다. 청량음료와 과자를 비롯해 가공식품을 먹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피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밥상을 바꾸면 이 모든 게 해결된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연재를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일상에서 직접 친환경 ‘그린 라이프’를 경험하고 그 장점과 작은 실천 방법들을 들려주었던 조동섭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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