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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위해 “사랑합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호 15면

“사랑하니까 사랑합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합니다.” 방송국 아나운서실에서 빼온 발음 연습용 문장들이 아니다. 정확히는 기억할 수 없지만 어느 영화에선가 주인공들이 했던 사랑에 관한 명대사들이다(둘 중 하나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아니었을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칼럼의 제목을 포함한 세 문장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큰따옴표(“ ”) 위치도 다르고, 말하는 이의 심정과 결심의 뉘앙스도 조금씩 다르다. 이렇게 한 내 의도를 설명하면, 세 문장은 사랑을 고백하는 동기에 있어 현재진행형과 현재완료, 미래의지로 나뉜다. 즉, 칼럼의 제목은 지금부터 죽 사랑하기 위해 “사랑한다”고 상대에게 소리 내어 결심을 밝히는 말이다.

지난주 특집 기사 ‘죽음에서 배운다’ 중 『해피…엔딩』의 저자 최철주씨의 인터뷰 제목은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세요’였다. 내가 아는 학교 선배는 지방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말에 한 번 겨우 서울의 가족들을 만난다. 남들처럼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 때문에 선배는 가족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하고, 통화 마지막에서는 꼭 “사랑합니다, 어머니” “사랑해, 여보” “사랑한다, 얘들아”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40대 중반의 남자가 전화기를 들고 사랑을 고백하기가 쉬울까? 선배도 얼굴을 마주 대고는 아직도 쑥스러워 못 하지만 전화를 할 때만큼은 이제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런 걸 습관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뜨악하고 안절부절못하더니 요즘은 비행기 조종사들이 통신 마지막에 “오버”라는 말을 붙이듯 안 하면 허전하다고 한다. 선배는 가족에 대한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에게도 주문을 걸었던 거라고 실행 동기를 설명했다.

미국의 산업심리학자 데일 카네기는 “상대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면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가장 감동받을까 생각해 봤더니 결국 ‘나’였다. 내 안부를 묻고, 나를 걱정해 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이 모든 것을 함축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말이 ‘사랑’이 아닐까.

얼굴 마주 대고 할 수 없다면 전화로, 그것도 어려우면 문자부터 시작해 보자. 추석 명절을 보내고 지쳐 있을 아내에게 거실에서 침실로 문자 한 번 쏴 주자. “사랑합니다.” 뜬금없지만 귀여운 당신의 고백에 피식 웃어 버릴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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