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뉴질랜드 雪山에서 헬리스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중급자도 헬리스키를 탈 수 있을까.』 지난 3일(한국시간)오전11시.헬리콥터를 타고 원시의 눈밭인 애로스미스산(2천8백.뉴질랜드 남섬 매스번)에 오른 것은 이같은 질문에 직접 답해보기 위해서였다.
장판처럼 잘 마감된 스키장 인공슬로프가 아닌 대자연의 「진짜눈」과 만나고 싶은 것은 스키어들의 공통된 희망이다.그러나 막상 끝없이 봉우리를 잇대며 전개되는 애로스미스의 처녀설 위에 선 순간 생각은 현실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몇번이나 넘어져야 할 것인가.』 백두산보다 높은 곳.2~3평에 불과한 정상 주위로 온통 하얀 눈천지가 펼쳐지며 초반경사 30도이상의 빙하능선을 따라 까마득한 계곡아래로 뚝 떨어진다.내려갈 길이 없었다.스키를 신은 이상 눈밭 모두가 길이다. 그러나 스키장이란 「안방」에만 익숙해온 촌뜨기 스키어에게는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본바닥의 자연설 대로(大路)가 오히려 길처럼 보이지 않았다.
「재거드 스트리트」란 이름이 붙은 중턱까지 약1㎞에 이르는 첫번째 활강은 대여섯차례나 눈에 머리를 처박고 나서야 끝났다.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이곳의 가루눈(파우더 스노)은 스키장슬로프에 비하면 「비포장」도로다.특히 회전할때 한쪽발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교과서적인 「외발스키」를 시도하다간 백발백중 눈밭에 키스를 하고 만다.국제산악가이드협회(UIAG M)소속의 베테랑가이드겸 강사인 앤 팔머(35.여)는 그제서야 빙긋 웃으며『자연상태의 신설(新雪)에서는 무게를 양발에 균등히 실어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헬리콥터가 장소를 바꿔가며 일행을 높은 곳으로 실어나르기 다섯차례.「칼립소」「페기 콜」등으로 이름붙여진 천연슬로프에서 열댓번쯤 더 곤두박질친 다음에야 「추락」이 아닌 온전한 「활강」으로 자세가 잡히기 시작했다.
눈에 파묻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스키보다 넓게 제작된자연설용 「팻스키」가 마치 수상스키처럼 몸을 눈밭위로 붕붕 띄워주는 것을 느낄 때쯤 5시간에 걸친 하루 일정이 아쉽게 끝났다. 애로스미스산엔 이밖에도 2백여군데의 헬리스키 포인트가 널려 있으며 그중 약 절반이 중급자용이다.지난 시즌(95년 6~10월) 일본.독일.호주로부터 6백50명의 스키매니어가 헬리스키를 타기 위해 매스번을 찾았다.이중 상당수가 「적당 히」 양발을 붙이고 회전할 수 있는 중급자들이었다.
『아주 잘 했어요!』 산 아래 헬리포트로 귀환하면서 팔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요금=하루 다섯차례 활강때 1인당 6백40뉴질랜드(NZ)달러(약 32만2천원.매스번 기준)씩이 필요하다.헬리콥터 탑승비와 가이드비,설원에서의 점심값,보험료및 안전장비인 「비컴」대여료가 포함됐으며 팻스키 대여료(35NZ달러)는 별 도.날씨변화로 인해 중도귀환할 경우등을 감안,후불이 관례다.
◇신청및 문의=소형 헬리콥터(6인승)1대에 탈 수 있는 4명정도가 단체로,또는 개인별로 신청하면 시즌중 현지에서 짝을 맞춰준다.▶마운트 쿡 라인 서울지사 518-1534▶뉴질랜드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777-9282▶에어 뉴질랜 드항공 서울지점318-7024.
매스번=임용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