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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選결과에 신경쓰는 미국 대법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11월5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미 사법부에도 큰 관심거리다.미국에서는 3권분립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데도 사법부가 대선에 신경을 쓰는 까닭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따라 진보냐 보수냐 하는 사법부의 「색깔」이 크 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미 사법부의 색깔은 통상 9명으로 구성돼있는 연방대법관들의 성향을 기준으로 결정된다.민주당 대통령에 공화당 의회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경우 연방 대법원은 진보와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이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샌드라 오코 너.앤서니 케네디 대법관등 4명의 중도.온건론자들이 결정권을 쥐고 있다.
동성연애자나 여성의 권리 보호,언론자유와 관련해 상당히 진보적인 판결이 내려지는 반면 범죄자 처벌 강화,시민과 의회의 권리 제한등과 같은 보수적인 판결도 곧잘 나오는 것은 바로 연방대법원의 이같은 인적 구성 때문이다.따라서 『대법 원이 명확한지향점이 없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불안정한」 연방대법원의 구성은 이번 대선 이후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일부 대법관들의 퇴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로 10년째 연방대법원의 수장을 맡아 오고 있는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퇴임 의사를 밝혔다.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때 대법원장에 지명된 그는 대법관직을 24년째 맡고 있는보수파의 거두다.
최연장자로 온건 성향인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도 사의를 밝혔다.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상원으로부터 인준을 받으면 종신직이 보장되는 대법관들이지만 이 두사람은 모두 후진을 위해 용퇴하겠다고 말했다.
봅 도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이들의 후임자로 「확실한」 보수주의 인사를 발탁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반면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선될 경우 민주당 성향의 「분명한」 진보주의자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측통들은 클린턴이 재선되고 의회 판도마저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질 경우 연방대법원은 전례없이 진보적인 색채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현재의 연방대법원은 보수파 3명,진보파 2명,중도파4명으로 구성돼 있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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