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사건 全.盧씨 재판거부,변호인 집단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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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12및 5.18사건 재판이 변호인단의 집단사퇴로 위기를맞고 있다.
8일 열린 20차 공판은 19차 공판과는 달리 20여명의 변호인이 대거 참석해 정상적인 공판진행이 예상됐으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 두 피고인의 변호인 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고 퇴정함에 따라 또 한차례 파행 진행됐다.
특히 全.盧씨는 재판부의 공판강행에 반발해 오후 공판에 나오지 않음으로써 앞으로의 재판진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全.盧변호인단의 집단사퇴는 그동안 변호인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이 주2회 공판등 현재의 재판진행 속도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변호인측은 출정거부와 퇴정등 일련의 항의표시에 대해 재판부가태도를 굽히기는커녕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공판을 강행해 부득이집단사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있다.全씨 변호인중 한 변호사는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는 것도 고 려했으나 기각당할 것이 뻔해 곧바로 변호인 사퇴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4일 국선 변호인이 대신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19차 공판 이후 재판부와의 막후접촉을 통해 이날 검찰신문이 끝난 정승화(鄭昇和).장태완(張泰玩).노재현(盧載鉉)씨등에 대한 반대신문 기회의 보장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로부터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변호인단의 사퇴배경에는 재판을 파국으로 몰고감으로써 「역사 바로세우기 재판」및 그 공정성에 흠집을 남기려는 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성격에 비춰볼 때 재판의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한 만큼 파행진행에 따른 절차상의 흠을 문제삼아 판결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명분축적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아무튼 변호인의 사퇴에 대해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강경 대응하는등 공판을 강행키로 함에 따라 재판은 앞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全.盧씨가 앞으로도 재판을 거부하며 출정하지 않을 경우이들을 강제로 법정에 세워 재판을 강행할 것인지,법정에 출석시키지 안은채 궐석(闕席)으로 판결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심이다.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궐석재판은 형사소송법상 그 대상(10만원 이하 벌금.과료에 해당하거나 공소기각.면소판결이 명백한 사건등)이 제한돼 이 사건의 경우 불가능하며 이들은 구속 피고인이기 때문에 강제 구인(拘引)해 법정에 세우는 방법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들이 반드시 출정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이 없어 강제구인할 수 없고 변호인만 출정할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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