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폭포.담 어울린 설악의 진수-12선녀탕 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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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설악산의 이름난 계곡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것이 12선녀탕 계곡이다.일찍이 조선조 정조때 성해응(成海應.1760~1839)은 자신의 저서인 『동국명산기』에서 설악산의 여러 명소중 12선녀탕을 가장 먼저 소개했다.그 정도로 기 암절벽으로 이어진 협곡에 기기묘묘한 형상의 폭포와 담이 연이어져 있어 설악산의 속살을 보는 듯싶다.
12선녀탕은 원래 「지리곡(支離谷)」 또는 「탕수골(湯水洞)」로 불렸다.그러던 것이 6.25이후 50년대말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12선녀탕을 거치는 등산로는 장수대~대승폭포~대승령~안산~12선녀탕~남교리로 이어지는 대승령코스를 일컫는다.
현재 대부분의 설악산 등산로는 자연휴식년제로 올 연말까지 입산을 금지하고 있다.
남북으로 종단할 수 있는 등산로는 대승령코스와 오색~대청봉~설악동코스만이 개방돼 있다.대승령코스를 오르다 만나는 대승폭포는 높이 88로 개성의 박연폭포,금강산의 구룡폭포와 함께 국내3대 폭포로 손꼽힌다.대승폭포앞의 넓은 반석에는 조선조 선조때사람인 양봉래의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금강산의 만폭동,묘향산의 상원암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장수대에서 대승폭포까지는 30~40분거리로 대승폭에 오르면 건너편에점봉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눈앞에 다가오고 멀리 한계령이 손짓한다.땀을 잠시 식히고 1시간30분여 오르면 대승령 정상에 닿는다.정상에서 오른쪽 길은 중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의 서북능선이다.자연휴식년제 때문에 연말까지 통제하고 있다.왼쪽 길은 한계산으로 불리는 ■ 산으로 이어진다.30분을 걸으면 안산과 12선녀탕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닿는다.12선녀탕 계곡도 지난 91년부터 3년간 실시됐던 제1차연도 자연휴식년제로 등산로를 폐쇄했던 곳이다.여기에 등산객들의 발길도 뜸해 훼손됐던 자연이복구돼 등산로 곳곳에는 우거진 숲이 앞을 가로막는다.안산삼거리에서 2시간 가량 내려오면 두문폭포와 복숭아탕(일명 독탕)이 나온다.이곳부터 약 1㎞구간이 그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12선녀탕이다.물은 푸르다 못해 검고 우렁찬 물소리가 찌 든 마음속의 때를 깨끗히 씻어내준다.『참 아름답다』는 감탄사가 절로나온다.12선녀탕에서 남교리까지는 3㎞거리로 2시간여 소요된다.12선녀탕계곡도 비가 오면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곳이지만 곳곳에 철제 구조물이 설치돼 산행하기에 어려 움이 없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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