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립스틱 바른 돼지’ 발언에 페일린 지지자들 “립스틱 바르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연이은 ‘립스틱 바른 돼지’ 발언으로 여성 비하 논란이 증폭되면서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유세에서 ‘돼지’ 발언을 처음 한 오바마 후보가 10일 TV 토크쇼에 나와서도 또다시 같은 발언을 반복했다고 CBS는 보도했다. 오바마 후보는 9일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외치는 ‘변화’는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데이비드 레터맨의 레이트 쇼’에 출연해 공화당 측의 사과 요구에 대해 “(립스틱 바른 돼지는) 매케인 후보의 경제 정책을 언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다르게 부른다고 해서 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립스틱 바른 돼지는 여전히 돼지”라며 전혀 사과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립스틱 바른 돼지’는 흔히 허울 좋은 상품이나 품질을 높이지 않은 채 그럴듯한 포장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눈속임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오바마의 발언 시점이 ‘페일린 효과’로 매케인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역전한 때라 문제다. 사실상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을 동물에 비유하는 듯한 발언을 해 미국 대선이 진흙탕 싸움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오바마의 발언 직후 공화당 측은 “페일린 후보를 겨냥한 여성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토크쇼 사회자 레터맨도 이날 오바마 후보를 향해 “당신은 (코미디언인) 나보다 한발 더 나갔다”고 평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날 오바마가 민주당 경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도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겨냥해 ‘립스틱 바른 돼지’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 사상 첫 흑백 대결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3분의 2를 차지하는 백인의 지지세가 강한 공화당 측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자제해 왔다. 매케인은 오바마의 후보 수락 연설이 있던 지난달 28일 오바마 후보 지명을 축하하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에서 매케인은 “오늘은 미국을 위해 정말 좋은 날”이라며 “이 역사적인 날 당신이 후보로 지명된 것은 완벽한 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편 매케인과 오바마는 9·11 테러 7주년을 맞은 11일 하루 동안은 ‘휴전’을 선언했다. 양측은 10일 공동성명을 통해 “11일 하루 동안은 정치를 뒤로하고 함께 모여 당시의 단결을 되돌아보자”며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과 친구들을 추모하겠다”고 밝혔다.

강병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