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 명맥이 끊어지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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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의 명맥이 끊어질 위기를 맞고 있어 보존대책이 시급하다.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1세대들이 고령으로 해마다 10여명씩 타계하고 있으나 후계자들의 기량이 아직성숙지 못하거나 아예 후보나 조교 등이 없는 경 우까지 있어 「인간문화재」의 빈자리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사망통계를 보면 94년 10명,95년 11명,금년엔 이미 10명을 기록했다.무형문화재는 현재 98개종목에 1백70명이 있으나 평균연령이 70.2세.
전체의 55%인 94명이 70세 이상으로 70대가 58명,80대가 34명,90대가 2명에 이른다.
타계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의 자리는 대부분 공석으로 남아있으며 이는 특히 단체종목처럼 따로 보존회를 갖지 못한 개인종목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우선 예능분야에서는 판소리.거문고 산조.대금정악.가야금 산조및 병창.승무.서도소리.가곡.대금산조.줄타기살풀이춤등 10개 종목 18명의 자리가 비어있다.
공예기술분야에선 갓일.나전장.악기장.궁시장.단청장.소목장(小木匠).두석장.백동연죽장(白銅煙竹匠).망건장.대목장(大木匠).
유기장(鍮器匠).자수장.옹기장등 13개 종목 16명의 자리가 공석이다.모두 합치면 23개 종목 34명에 이른다 .
이중 후계자가 있는 종목은 그런대로 전승보존이 가능하나 후보나 조교조차 남아있지 않은 경우는 해당 종목이나 유파가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가죽신을 만드는 제37호 화장(靴匠),민속음악인 52호 시나위,94호 벼루장등은 보유자 사망후 종목 자체가 해제됐다. 또 10호 나전장의 경우는 94년 이후 4명의 보유자중 3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칠 분야는 후계자가 없어 대가 끊겼다.
마찬가지로 47호 궁시장은 5명의 보유자중 4명이 사망해 화살분야 1명만 남았다.활분야는 권영록.장진섭옹이 후사가 없어 이유파는 단종됐다.
보유자가 생존해 있어도 뒤를 잇겠다는 제자가 없는 경우도 명맥이 위험하다.
기와를 만드는 제91호 제와장(製瓦匠),화살통을 만드는 제93호 전통장(箭筒匠)이 그것이다.
이같은 무형문화재의 전승 단절 위기는 한달에 보유자 65만원,후보자 32만원,조교 20만원인 국가지원금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데서 온다.
예외가 되는 것은 예능 분야의 판소리.가야금 산조.경기민요,공예기술에서 장식용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놋그릇을 만드는 유기장,단청등 아직 사회적 수요가 남아있는 일부 종목에 불과하다.
문화재관리국의 한 관계자는 『비인기 종목의 경우 지원금을 체육인 연금수준으로 올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보유자 중심의 지원제도를 후보나 조교양성 위주로 전환하는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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