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학온 중국인 학생 "안전 걱정하는 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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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태성 기자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과학기술부 16층 대회의실. 안병만 장관이 들어서자 앳된 얼굴의 학생 23명이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들이다. 교과부는 최근 중국에서 번지고 있는 ‘반한(反韓)’ 정서를 해소하는데 중국인 유학생들이 협조해 달라는 뜻으로 이들을 정부청사로 초청했다. 다소 낯선 듯 경직된 표정이던 학생들은 안 장관이 미소를 지으며 “니하오마” 라고 인사를 건네자 얼굴이 환해졌다.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이 외국인 유학생 중 70%인 4만4000명이나 됩니다. 중국과 한국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보여줍니다. 추석 앞두고 한국 사람들은 고향에 가는데, 고향에 못 가는 외국인 학생들은 외롭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애로사항을 많이 듣겠습니다.”

안 장관의 말에 학생들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류쒸엔쒸엔(25)은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직하고 싶지만 체류 기간 때문에 취직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체류 기간 연장을 도와달라”고 했다. 숙명여대 국문과 찐메이즈(25)는 “외국인 학생은 병원비가 비싼데 아파도 보험 부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꾸어린(26)은 “집 구하기 어려우니 유학생에게 첫 학기는 기숙사에 입주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부산대 무역국제학부 대학원생 왕따펑(24)은 “중국인 유학생들은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했다. 올 4월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부 중국 청년과 한국인 간 충돌 때문에 걱정이 늘었다는 것이다. 왕따펑은 “외국인 학생의 안전을 법으로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안병만 장관은 “요즘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자)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 스스로도 반성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노력하면 여러분도 앞으로 친한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후 장관은 한식당에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마산대 관광통역학부 조우즈위(22)는 “한국을 좋아해서 유학왔지만 한국인들이 중국 동물인 판다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거나 지진 때문에 올림픽을 못 열 거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내용은 중학생처럼 어린이들이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좀 풀렸다”며 “그렇게 설명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대에서 어학 연수 중인 리추이쿠이(25)는 “일본이 (쓰촨성) 지진 때 많이 도와줘서 일본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한국 대통령도 지진 때 중국에 왔다고 들었는데 중국 사람들은 그런 점으로도 한국을 좋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대 관광경영학과 뚜링(20)도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런 사람은 일부”라며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한국 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날 나온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외국인 유학생의 긍정적 한국 인식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국 유학생 10명을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한국 알리미’로 선발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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