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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10代의 性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의 여러 신문에 게재되는 인생상담 칼럼인 「디어 애비(Dear Abby)」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온 주부가 있었다.
슬하에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다는 그 주부는 조기(早期)성교육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성에 대 해 아직 제대로 눈뜨지 못한 중학생들에게 성에 관한 지식을 주입시킨다면 그들은 곧 그것을 실험해보려 할 것이 아니겠는가.미혼모와 성병에 감염된 10대 소녀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질문의 요지인 즉 정보는 지식을 낳고,지식은 실험으로이어지고,실험은 다시 사생아와 성병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애비」는 이렇게 답변했다.『그 또래의 아이들은 이미 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다.성에 대해 느낌과 호기심을갖는 것도 극히 정상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한데 막상 부모들만이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청소년 들의 성문제에 관한한 「모르는게 약」이라는 종래의 관념은 털어내야 한다.』 「애비」의 이같은 답변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우선 약 1세기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평균 15세에 사춘기에 이르고 22세때 결혼을 했지만,지금은 사춘기 연령이 평균 12.5세로 낮아진데다 결혼 연령은 24~25세로 높아져 성교육은 빠를수록효과적이며,성을 무조건 금기시하는 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아닌게 아니라 요즘 부모들은 아직도 청소년 자녀들의 성문제를 자신이 성장기에 체험했던 잣대로만 생각하고 있다.또한 정규적이든,비정규적이든 학교에서의 성교육조차 도 50년대식 성모럴을 가르치는데만 주력하고 있다는데서 그 실상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케 한다.
요컨대 요즘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지식은 가정이나 학교 밖에서 얻는 쓸모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며,그 까닭에 아무런 죄의식이나 두려움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심각성을 대변한다.수업도중산통을 일으켜 병원으로 이송되다가 구급차안에서 분만한 여중 3년생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만약 그 여학생이 가정이나 학교에서제대로 성교육을 받았다면 설혹 성폭력을 당했다 해도 어떤 다른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지 않았을까.결국은 어른들 책임이다.성문제에서 청소년들을 그대로 방치하 면 비슷한 일은 끝없이 되풀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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