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고향 가서 미술전 보고 돌아와서 가족극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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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노필·권근영·김호정 기자

[1] 연극 ‘대장만세’의 한 장면 [학전 제공] [2] 지난해 국립국악원의 한가위 공연 [국립국악원 제공] [3] 광주비엔날레 [뉴시스]

공연 한국 연극계의 베테랑 극단인 연우무대(대표 정한룡)와 학전(대표 김민기)이 뭉쳤다. 가족극 ‘대장만세’를 통해서다.

지난해 초연돼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극본상·연기상·최고인기상 등을 휩쓸었다. 작품의 질적인 면과 의미 등이 이미 검증됐다는 얘기다.

무대엔 좀처럼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고양이와 쥐·개가 주인공이다. 버림받은 아기 고양이 ‘아람이’는 세상의 모든 게 무섭고 낯설다. 생선을 좋아하는 대신 개 사료를 먹고, 쥐를 쫓아다니는 대신 생쥐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며 엉뚱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람이가 사랑을 위해 외부 침입자와 결투를 벌일 때는 사뭇 비장하고, 멜로의 이미지도 덧붙여진다. 제대로 먹지 못해 시름시름 앓아 갈 땐 관객의 코끝도 시큰해진다.

작품은 이처럼 의인화된 동물을 통해 현실을 말한다.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새삼 부각되고 있는 ‘이혼 고아’의 문제도 얼핏 느껴진다. 지나치게 계도적인 메시지가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파스텔 톤의 밝은 무대와 환상을 보여주는 그림자극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02-763-8233.

전통문화 행사 “올해도 풍년이요, 내년도 풍년이라. 연년 풍년이니 만민이 장재풍년중(長在豊年中)이로다.”

풍년을 즐기는 노래만큼 한가위에 어울리는 것도 없다. 조선시대 궁중과 민간의 큰 잔치에서 음식상을 올리며 연주했던 ‘경풍년(慶豊年)’이 2008년 한가위에 재연된다. 다섯 명의 무용수가 나와 ‘경풍도(慶豊圖)’를 추며 풍년을 노래한다. 추석 당일 저녁에 열리는 국립국악원의 절기 공연인 ‘달맞이굿’에서다.

공연은 이 밖에도 경기도 포천의 노동요인 ‘포천메나리’, 대표적 궁중음악인 ‘수제천’ 등으로 꾸려진다. 마지막은 청중과 함께하는 ‘뒤풀이’ 순서다. 야외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강강술래·줄타기 등이 저무는 한가위의 밤을 함께한다. 명절이면 온 마을이 놀이터로 바뀌었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공연이다. 14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국립국악원 별맞이터 및 야외광장. 02-580-3392.

전시 짧은 명절, 고향 방문 계획이 있다면 지방의 미술전에 주목해 보자. 2년마다 열리는 대형 미술전시인 비엔날레가 광주·부산·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추석 연휴에도 전시장을 열어둔다. 국내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비엔날레전시관과 인근의 시립미술관, 무등산 의재미술관, 재래시장인 대인시장, 광주극장에서 펼쳐진다. 부산비엔날레는 부산시립미술관, 수영요트경기장 계측실, 광안리해수욕장, 민락동 미월드놀이공원, APEC공원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무료로 열리는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는 터치 스크린에 손을 대면 따라다니는 나비, 관객의 점프에 따라 바뀌는 화면 등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는 작품이 많아 아이들과 찾을 만하다. 제주도로 가는 독자들에게는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 들를 것을 권한다. 20일까지 열리는 ‘해후57-서귀포로 오는 이중섭 가족전’에는 ‘길 떠나는 가족’ 등 흔치 않은 이중섭 작품 13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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