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특집] 연휴는 짧아도 영화는 많다

올 추석 극장가의 상차림은 한국 영화 위주였던 예년과 달리 국내외의 다양한 장르가 고루 포진했다. 연휴에 한 주 앞서 이미 개봉한 퓨전사극 ‘신기전’과 뮤지컬 ‘맘마미아’, 모처럼 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자연다큐 ‘지구’까지, 장르별로 볼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퓨전 사극
신기전(출연:정재영·한은정/감독:김유진/15세 관람가)

세계 최초의 로켓형 화포가 조선 세종 때 개발됐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신기전’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픽션의 상상력을 가미한 퓨전사극이다. 당대의 대국이었던 명나라의 견제와 감시를 피해 화살을 자동 발사하는 신무기, 즉 신기전 개발을 완수하려는 여성과학자 홍리와 그를 돕게 된 장사치 설주의 활약이 그려진다. 액션과 멜로, 코미디와 민족주의가 고루 뒤섞인 점에서 다양한 관객이 두루 볼 만하다. 반대로 그중 어느 하나에 기대치를 높게 둔 관객이라면 좀 싱거울 수도 있겠다.

뮤지컬
맘마미아(출연:메릴 스트리프·피어스 브로스넌/감독:필리다 로이드/12세 관람가)

세계적으로 히트한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겼다.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딸이 아버지 후보로 의심되는 엄마의 예전 남자친구들을 자신의 결혼식에 초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의 무기는 스웨덴 출신의 히트곡 제조기 아바의 원곡들이다. 드라마는 비교적 단순하고, 연출 역시 새로울 건 없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대신 아바의 음악과 코드가 통한다면, 더구나 점잖은 척하는 대신 한껏 끼를 발산하는 메릴 스트리프에 공감한다면, 엉덩이가 들썩여지는 흥을 느낄 수 있다.

코미디
울학교 이티(출연:김수로·이한위/감독:박광춘/15세 관람가)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과거 명절 코미디의 대표 상품이었다. 다만 조폭이 주인공이었던 경우가 많아 가족물로 권하기는 망설여지곤 했다. ‘울학교 이티’는 초강력 코미디는 아니되, 교육현장을 배경으로 은근한 감동까지 덤으로 얻을 수도 있는 영화다. 주인공은 고교 교사 천성근. 눈높이 생활지도에 단연 뛰어난 교사임에도 대학입시에 직결되지 않는 체육 담당이라는 게 문제다. 영어교사로 다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그의 분투가 진지하고도 코믹하게 그려진다.

액션
영화는 영화다(출연:소지섭·강지환/감독:장훈/청소년 관람 불가)

조폭 같은 배우와 배우를 꿈꾸는 조폭의 만남이다. 액션장면을 찍다 상대 배우를 폭행한 스타가 실제 조폭을 새로운 상대역으로 끌어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폭은 영화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연기 대신 실제 싸움을 하자고 제안한다. 자연히 이 영화의 액션 역시 몸으로 부딪치는 맛이 두드러진다. 영화 전체가 아주 매끈한 것은 아니되 캐릭터의 대칭구도를 탄탄하게 펼쳐가는 이야기의 힘이 매력적이다. 두 배우의 매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액션
방콕 데인저러스(출연:니컬러스 케이지·양채니/감독:옥사이드 팡·대니 팡/15세 관람가)

‘디 아이’ 등 공포물로 호평받았던 홍콩의 쌍둥이 형제 감독이 할리우드로 날아가 만든 영화다. 1999년 이들의 데뷔작 ‘방콕 데인저러스’를 리메이크했다. 방콕을 배경으로 냉혹하고 고독한 킬러의 세계를 그렸다. 방콕의 이국적 풍광과 수상시장에서 펼쳐지는 액션 등이 눈길을 끈다. 단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던 원작에 비하면 밀도가 떨어진다. 기대치를 낮출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무난한 액션물.

다큐
지구(목소리 출연:장동건/감독:알래스테어 포더길·마크 린필드/전체 관람가)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북극의 봄을 시작으로, 지구촌 주요한 대자연의 사계절을 스크린에 담아 낸 역작이다. 이미 DVD로도 출시돼 있는 BBC의 11부작 TV 다큐 ‘플래닛 지구’의 극장판 자매편이다. 대자연의 스펙터클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즐기는 것이 강점이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철새들, 아프리카 사막을 가로지르는 코끼리들, 육중한 몸을 바다 위로 솟구치는 상어 등이 주인공이다. 이렇다 할 줄거리 없이도, 이렇다 할 주의·주장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더라도 지구촌의 놀라운 자연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 환경보호의 메시지에 공감하게 한다.

이후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