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日 소니 '끝은 언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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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소니가 추락하고 있다.'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파이낸셜 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이 일본 소니의 지난해 실적에 대해 한 목소리로 내린 평가다. AWSJ는 "소니가 수익성과 시장 우위 모두를 잃고 있다"며 "소니의 추락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려된다"고 28일 보도했다.

소니가 27일 발표한 지난 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 실적에서 매출액은 7조4964억엔으로 전년과 비슷하지만 순이익이 885억엔(약 9천3백억원)으로 23.4% 줄었다.

소니가 지난 1년 동안 벌어들인 이익이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올들어 한달 평균 벌어들인 1조여원에도 못미칠 정도다.

반면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일본의 다른 전자업체들의 사정은 정반대였다. PDP.LCD 등 디지털TV와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등 디지털 가전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샤프는 평면TV 판매 호조로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86.3%나 늘었고, 도시바는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순이익이 55.8% 급증했다. 지난해 72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던 산요전기도 흑자로 전환했다. 소니만 뒷걸음질친 것이다.

실제 소니가 지난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거의 전 사업 분야에서 감소했다. 소니 전자 부문의 TV.오디오.비디오 판매를 통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적게는 6%에서 많게는 50% 가까이 줄어들었다.

소니 전체 영업이익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주력사업인 게임 부문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1,2의 판매가 각각 347만대, 242만대 줄어들어 지난해보다 이익이 40%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부진에 대해 유하라 다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엔화 강세로 인한 환차손과 가격경쟁, 국제적인 원자재난이 수익성을 악화시킨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게임기 시장에서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달 들어 X박스의 가격을 179.99달러에서 149.99달러로 추가 인하하는 등 가격 경쟁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또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작업도 소니의 회생을 가로막고 있다. 소니는 지난달 말까지 직원 3600명을 조기 퇴직시키는 등 지난 1년간 구조조정 비용만 1680억엔을 썼다고 AWSJ는 전했다.

소니의 3개년 구조조정 계획이 완료되는 내년까지 1300억엔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세계적인 가전업체로서 소니의 명성이 빛바래고 있다는 것.

AWSJ는 "소니는 평면TV 등 디지털 가전 분야에 경쟁사들보다 뒤늦게 뛰어들어 핵심 부품을 모두 구입해야 하는 등 비용 부담이 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소니의 대표 상품이었던 TV에서만 이익이 300억엔이나 줄었다.

이에 대해 소니는 "올해부터는 LCD 사업과 반도체 부문의 신규 투자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1000억엔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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