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북한은 … 국정원 “권력공백 없다”… 당분간 ‘병상통치’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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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60돌 기념 횃불행렬.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소속 청년 수만 명이 횃불로 인간전광판을 만들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뇌수술로 북한의 향후 상황은 적잖은 변화를 겪게 될 전망이다. 정권 수립 후 60년을 지나며 유일 지배체제가 굳어진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의 건강이 국가 존립과 직결된다. 지금까지 한·미·중·일 등 주변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 문제, 체제 보장, 경제 지원 등을 놓고 밀고 당겨 왔던 관계도 역시 ‘김정일 체제’를 전제로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신변 변화는 남쪽의 당사자인 남한은 물론 동북아 구도 전반에까지 일파만파를 가져올 수도 있다.

◆병상 통치 속 건강 회복=많은 대북 전문가는 현재 북한 동향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해 다시 거동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기동 국가전략문제연구소 남북관계실장은 “가장 중요한 군의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당분간 병상 통치로 지도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집무에 정식 복귀하면 북한 체제는 현재와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왕성했던 김 위원장의 현장 통치는 아무래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1일부터 14일까지 13곳이나 현지 지도에 나섰다. 현지 지도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각급 기업소, 일선 부대 등을 방문하며 현장에서 지시하는 북한의 독특한 통치 스타일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 유지를 위해 현지 지도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무에 정상 복귀할 때까지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공개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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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양성 통한 통치=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은 이번 뇌수술을 계기로 후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에선 김 위원장의 후계 문제가 공론화된 바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 스스로 후계 그룹 간 경쟁 구도를 만들어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검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누가 후계자가 될지는 김 위원장의 낙점에 달려 있다. 후계자가 부상하면 북한 군·당에서 젊은 후계 지원 그룹도 등장하며 권력 물갈이 징후가 발견되고, 승계를 정당화하는 각종 이데올로기 작업도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후계자가 조기 선정될 경우 김 위원장의 후원 아래 후계자가 통치력을 익혀가는 동반 통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후계 통치는 대외 정책의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37)이 대를 이으면 북·중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높고(백승주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 서구 문화에 익숙한 차남인 김정철(27)이 승계하면 개혁 정책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정 실장)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정권 수립 60돌 전날인 8일 “조선의 태양은 언제나 백두에서 왔고, 백두의 핏줄기는 김일성 민족의 영원무궁한 생명선”이라고 논평했다. 이기동 실장은 “김일성 주석에서 김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백두의 혁명 전통’에 따라 후계는 핏줄에서 나올 것임을 시사한 징후”라고 해석했다.

◆군부 부상 집단지도체제=그러나 북한이 체제 결속에 주력할 경우 한시적인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거동 불편으로 대외 활동이 제한되는 상태가 계속되면 후계 논의 등을 일절 차단한 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때에도 김 위원장은 막후 지도력을 여전히 유지하지만 실무적인 각종 정책 결정은 국방위원회 등으로 이관될 수 있다. 권력 일부의 분산이다. 한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대해 대남 강경 대응을 주도한 군부가 전면에 나서면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급변 사태 가능성은=만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권력 내부의 구심점이 없이 갈등이 확대되며 북한 스스로 통제력을 잃을 때 동북아 정세는 요동칠 수밖에 없다. 대량 탈북 사태나 북한 일부 지역에서의 군중 봉기 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상황은 주변국 문제로 확대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북한 지도부를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지만 미·중이 북한에 친중·비핵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고 물밑 합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병건·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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