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야사 풀레-주부 손미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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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주부 손미화(孫美花.39.서울송파구오륜동)씨 가족이 다카르를떠나온지 벌써 5년.
외교관 남편을 따라 세네갈에서 2년반 살다왔다면 이웃들은 덥지 않았느냐,밀림은 아니었느냐,식사는 어떻게 했느냐 하고 호기심어린 질문을 쏟아내곤 한다.
해외여행이 흔해진 요즘도 아프리카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먼 동네인 탓일 터.
『저희가 살다온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는 「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리는 곳이었어요.규모는 작았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춰 큰 불편없이 지냈습니다.사계절이 없다뿐 연평균 기온도 섭씨 23도내외로 그리 덥다는 생각 못했고요.비는 1년에 대 여섯번이나 올까했지만.』 孫씨네가 먼저 살던 파리보다 다카르에 진한 정을느꼈던 것은 더운 지방 사람들 특유의 느긋한 정서와 훈훈한 마음씨 덕분.
『식사때면 그곳 사람들은 대야 비슷한 큰 밥그릇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습니다.가장이 고기를 뜯어 식구들 앞에 나눠주는 것을신호로 각자 오른손으로 밥알을 다져 먹기 시작합니다.가난한 이웃이 슬그머니 나타나 밥그릇에 손을 밀어넣어도 아무도 밀쳐내지않습니다.한가족 5인분의 밥이 어떨 때는 8인분,10인분으로 불어나니 정말 요술밥그릇인 셈이죠.』 어른들 입맛에는 영 맞지않았지만 다카르에서 태어난 아들 동현(8)이는 기름기가 많고 푸슬푸슬한 그곳 사람들 밥을 무척 좋아해 지금도 손으로 밥먹는데 능숙하다.
음식얘기에 빠뜨릴 수 없는 사람이 살림을 도와주던 20대 아가씨 엘리.워낙 솜씨가 좋아 김치담그기도 어깨너머로 배워 한국사람 못지않게 차려낼 정도였던 엘리는 「야사 풀레」같은 현지음식도 곧잘 가르쳐줬다.
야사는 현지어로 밥,풀레는 프랑스어로 닭의 일종.본래 닭.양파.겨자소스와 밥을 같이 지어 먹는 것이지만 孫씨는 입맛에 맞게 약간 변형했다.새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독특하다.
▶재료=닭 1마리,양파 3개,피망 1개,소스용으로 레몬즙 3큰술,양겨자 8큰술,식용유 2분의1컵,후추 2분의1작은술,소금1작은술,월계수잎.오레가노(향신료 일종)약간.
▶조리법=①닭은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한 번 지져낸다.②레몬즙.양겨자.식용유.후추를 섞어 소스를 만들어 익힌 닭을 4시간쯤 재워둔다.③양파.피망은 채썬다.④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채썬 양파.피망을 볶다가 재워 뒀던 닭.월계수잎.오레가노를 넣고 물 반컵을 부어 되직하게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⑤밥 위에 끼얹어 차려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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