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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비리조장하는 미성년자 나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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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4월 서울무교동 K식당에서 미성년자(관련법상 만20세미만)인데도 술을 먹었다는 이유로 적발된 대학생 崔모(19)군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崔군은 자기 때문에 미성년자보호법등 위반으로 2백만~3백만원의 과징금을 물거나 영업정지당 하게 된 식당주인에게 미안하기도 해 단속반원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나는 어디 가서나 성인대접을 받는데 식당에서 맥주 한잔 마시는 것이 죄가 되느냐.』 그러나 崔군의 말은 「비현실적」이라할 여지가 있는 현행법 규정앞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본지가 7월4일자 21면에서 보도했듯 미성년자보호법과 식품위생법등에는 업소주인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못하게 돼 있다.
서울의 한 호프집 주인은 『현실과 맞지 않는 법규가 관련 경찰.구청공무원의 비리를 조장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으나 단속하지 않는 대가를 업소주인으로부터 챙겨가거나 적발된 업소를 잘봐주는 명목으로 떡값을 받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식당.술집이건 단속하면 걸리게 돼 있으니 단속반에 잘보여놓거나 아니면 항상 불안에 떨며 영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현실에 맞지 않는 법이 실제 생활에서 외면당하고 오히려 부조리를 키우는 꼴이다.물론 관련법들 을 새로 고칠 경우 18~19세 청소년들의 유흥업소 출입등 새로운 문제가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갈수록 정신연령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일제시대때 독일민법을 따온 민법의 나이조항을 계속 두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다.담배판매 금지는 19세미만을 대상으로 하게 돼 있고 근로기준법.병역법.공무원임용법등은 17세나 18세로 미성 년나이를 정하고 있는 혼선은 어떻게든 정리돼야 옳다.이러다 보니 웃지 못할 편법도 생기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단란주점 주인이 회사원 일행을 손님으로 받았다.이들중 한명은 만18세로 갓 입사한 사람이다.그렇다면 이 사람은 단란주점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이 경우 노래만 부른다는 조건으로 입장이 가능했다.직장인.가족모임때 18세이상 미성년자라도 성년인 보호자와 같이 간다면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현행 미성년나이 조항의 비현실성을 일부 인정해 식품위생법시행령에 이런 궁색한 규정이 생겼 다.
과연 직장상사와 같이 단란주점에 들어간 이 「미성년」회사원은법대로 노래만 불렀을까.결론적으로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여성단체협의회 이연숙(李연淑)회장의 말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지키라고 강요하기보다 실제에 맞는 법을 만들어 모두에게 준법정신을 길러줘야 한다.
김기평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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