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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러시아 국민의 바른 선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러시아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예상대로 보리스 옐친이 승리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옐친의 개혁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공산당지배의 소련시절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서방국가들도 소련부활이라는재앙을 피한데 대해 안도(安堵)하는 분위기다.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옐친에겐 앞으로 넘어야 할 많은 고비들이 남아 있다.최대 난제는 역시 경제다.러시아 경제는 연간 인플레율이 94년 2백15%에서 지난해 1백31%로 하락하고,국내총생산(GDP)도 94년 마이너스 15%성장에 서 지난해 6%성장으로 반전했다.그러나 근본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전체산업의 3분의2가 파산상태고,대외채무누적이 1천2백억달러에 이른 한편 자본도피가 연간 4백억달러나 된다.빈부격차도 확대일로다.부유층 10%와 빈곤층 10%간 소득격차가 20배에 달한다.이번 선거기간중 옐친이 남발한 1백10억달러에 달하는 선거공약처리도 큰 부담이다.
다음은 체첸사태다.그동안 체첸 온건세력과 협상을 벌이고 러시아군을 철수시켰으나 평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불안한 치안상태도 큰 문제다.마피아는 러시아경제 자체를 범죄화함으로써 국민경제를 좀먹음은 물론,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 하고 있다.
옐친의 나쁜 건강도 큰 문제다.옐친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음으로써 심각한 불안을 야기했다.옐친이 건강상 이유로 집무가 어렵게 됐을 때 제2 권력자 자리에 오른 알렉산드르 레베드의 거취가 관심거리다.반(反)서구적 러시아 민족주의자이자 질서유지를 민주주의 보다 우위에 두는 카리스마적 인물인 그가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러시아정치는 달라질 수있다. 이상을 종합해볼 때 앞으로 전개될 러시아 정정(政情)은매우 가변적(可變的)이다.세계의 관심은 누가 러시아대통령이 되느냐에서 러시아에 어떤 정치적 변화가 올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우리도 러시아의 변화를 직시하고 그것이 한반도에 미 칠 영향을 현명하게 판단,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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