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찾은 외국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 네덜란드계 종합금융회사인 ABN 암로의 밴 러드 아시아 담당(右)이 28일 민주노동당사에서 이재영 정책국장(左)을 만나 당 노사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네덜란드 종합금융사인 ABN 암로의 홍콩지점 밴 러드 아시아 담당 경제분석가가 28일 민주노동당을 찾았다. 민노당 정책책임자와 만나 노사정책 기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26일엔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 관계자가 왔었다.

러드 분석가는 "한국 경제 담당이어서 자주 서울에 온다"며 "민노당의 원내 진출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암로 측이 국내 정당을 방문하긴 이번이 처음. 현재 다른 정당에 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당에선 이재영 정책국장과 송태경 경제정책국장이 나왔다. 李국장은 '민주적 사회주의' 건설을 지향하는 경제정책통. 宋국장은 7년 독학으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공부, 당 안팎에서 '자본론 박사'로 통한다.

토론은 암로 측에서 묻고 당에서 설명하는 문답식으로 진행됐다.

-민노당의 최우선 정책은.

"조세 개혁과 복지 확대다."

-노사관계 안정화 대책은.

"현 교섭체제엔 문제가 있다. 노조는 산별노조를 만들려 하는데 기업 쪽에서 반대다. 각사의 경영진에서도 산별단체를 만들어 협상에 응해야 한다. 또 유럽식의 사회적 협약기구가 필요하다. 현 노사정 위원회는 너무 인위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다 더 넓은 자유 협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개발에 대한 복안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비 지출이 제일 많지만 공교육의 예산 내 비율은 가장 낮다. 여기서 인력 문제가 생기므로 이런 모순을 고쳐야 한다. 대학이 중간노동자를 생산하는 보통교육으로 전락하면서 교육의 질도 떨어졌다. 대학 개혁이 필요하다."

-노동자 재교육이 낙후된 까닭은.

"국내의 평생교육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이는 사회복지 체제가 제대로 성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자 재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경제성장도 가능하리라 본다."

-외국인 직접 투자엔 어떻게 대응하나.

"민노당은 외국인 직접 투자를 막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단기적인 투기성 자본만 규제한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으로 고용효과가 큰 영역에 투자해 달라."

-실업 극복 및 고용 안정화 대책은.

"외국과는 다른 노동시장 구조로 공공서비스 부문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작다. 이를 고쳐야 실업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높은 지가 때문에 기업들이 옮기려 한다. 또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 불공정 거래가 많아 중소기업의 이전 경향이 높다. 중소기업에 공평한 대우를 해줘야 나가려는 기업이 준다."

남정호.정강현 기자<namjh@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