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비스산업 생산성 빨리 높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 달만 수석 이코노미스트

▶ 모워리 교수

▶ 류지자오 교수

▶ 서중해 연구위원

▶ 반 아크 교수

▶ 모토하시 교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는 지난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와 공동으로 ‘동북아경제의 산업 역동성과 한국의 진로’란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 KDI 개원 33주년 기념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해외 석학들이 모여 한국 경제의 앞날에 놓은 기회와 위협 요인을 점검하면서 도약의 길을 어떻게 찾을지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

[참석자]

▶데이비드 모워리 (미국 UC버클리대 경영대학원 교수) ▶바트 반 아크 (네덜란드 그로닝엔대 경제학 교수) ▶칼 달만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류지자오 (중국 사회과학원 산업경제연구소 교수) ▶모토하시 가즈유키 (일본 도쿄대 첨단과학연구센터 교수) ▶서중해 (KDI 연구위원)

▶ 사회=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사회=경제성장의 원천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무엇이 한 나라의 경제를 성장하게 만들고 탄탄하게 하는 겁니까.

▶반 아크=나는 '기술과 혁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는 항상 투자가 동반해야 합니다. 정보통신과 사람에 대한 투자는 여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자본이지요.

▶모워리=미국은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한 대표적 국가입니다. 미국에서는 이것이 지식기반의 확대로 이어졌지요. 나 또한 지식 및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기술혁신이 상품화로 결실을 볼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그와 같은 경제 환경이나 정책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반 아크=지난 10여년간 미국이 유럽을 앞서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을 들자면 우선 정보산업의 발전입니다. 둘째, 미국은 상대적으로 빨리 노동시장과 생산시장의 유연화를 이뤘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된 경제 자유화의 물결이 유럽에서는 고작 10년 전부터 일기 시작했습니다.

▶달만=미국에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했던 방대한 시장이 존재한 반면 유럽의 시장은 분할돼 있었습니다. 이것이 큰 차이점이지요. 유럽도 단일시장을 만들었지만 이는 최근의 일입니다.

▶사회=1970~80년대 초, 일본 시스템은 선진국들조차 배워야 할 성공적인 모델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근래 일본은 경쟁력의 위기를 경험했는데요.

▶모토하시=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거시경제적 문제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에 관해서는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혁신이나 생산성에 있어 어떤 경쟁력 상실의 징후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반면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경쟁력 저하의 몇몇 조짐이 발견되더군요.

▶사회=미국과 유럽은 이미 탈산업화를 경험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중국과의 경쟁으로 불필요하게 탈산업화의 시기로 빨리 접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모워리=제조업 부문의 생산성이 향상되면 제조업 종사 인력이 서비스 및 지식집약 산업으로 이동하게 마련입니다. 한국이 탈산업화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고소득 경제로 진입하고 있다는 징후로 보아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도 이 문제는 현재 정치적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부닥치는 문제 중 근로자들을 새로이 훈련시키거나 새 직업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지원정책에 매우 약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회안전망에 속합니다.

▶사회=미국은 노동자들의 재적응 지원과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나라가 아닙니까.

▶모워리=그렇지 않습니다. 미국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약합니다. 미국 경제구조를 칼날에 비유하자면 칼날의 한쪽은 매우 유연한 반면 다른 한쪽은 매우 무딥니다.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고 심각한 수입 감소를 감내하고 있습니다.

▶달만=서비스 부문의 고도화야말로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구조조정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기술학교나 전문학교로 돌아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모토하시=일본에서는 이런 탈산업화를 공동화라고 부릅니다. 이와 관련해 기술과 생산 노하우의 해외 누출 문제가 큰 논쟁거리입니다. 그렇다고 추세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탈산업화에도 불구하고 실업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려 탈산업화가 일어났기 때문이지요.

▶사회=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되는 겁니까.

▶류=앞으로도 10년 이상 더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이제 막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는 개혁을 끝냈습니다. 금융과 제조업이 중국에 속속 입성하고 있습니다. 13억 인구의 중국인들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이 넘칩니다.

▶모워리=중국의 거대한 인구를 생각할 때 중국 경제의 성장은 분명 인류복지의 진보입니다.

▶서중해=한국 기업은 중국을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국적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한국 기업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할 현지 공장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의 역량입니다. 그들은 글로벌 전략을 구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의 대기업이나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연계해 중국에서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달만=중국이 직면한 도전 가운데 하나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가라는 점입니다. 환경오염을 야기할 자동차산업의 팽창, 사회불안을 야기할 개인 및 지역간의 빈부격차 등을 또 다른 도전으로 들 수 있습니다.

▶반 아크=장기적인 경제성장의 근본 동력은 기술과 혁신입니다. 중국도 계속 나아가려면 기술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달만=중국은 지식창출의 필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중국은 과학인력 규모가 세계 3위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기술 선진국으로 올라서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사회=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모토하시=일본은 풍부한 자본재뿐 아니라 부품 및 중간소재 등에서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본 기업들이 수출을 잘하는 비결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기술기반을 갖추고 싶어합니다. 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직면하기 전에 한국은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좁혀야 합니다.

▶반 아크=한국에 있어 진정한 이슈는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입니다. 한국은 어떻게 소매업과 금융.정보통신 산업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킬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달만=한국은 공공지출에 있어서는 효율적이지 못합니다.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만 그 투자가 비효율적이며 지나친 규제로 점철돼 있습니다. 교육개혁이 시급합니다. 한국은 또한 거액을 R&D 투자에 썼지만, 특허 수로 보면 기대한 만큼 생산적이지 못합니다. 중국과 경쟁하려면 자원의 효과적인 이용과 유연성이 관건입니다.

▶모워리=시장이 움직이는 대로 두어야 생산적이 됩니다. 정부가 가장 최적의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리=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