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용천 참사' 질산암모늄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북한 용천 참사를 일으킨 질산암모늄은 연구소와 화학공장에서 '변덕쟁이'로 통한다. 순하게 다루면 매우 유용한 물질이지만 조금이라도 거칠게 대하면 위험물질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질산암모늄의 화학식은 NH4NO3이다. 영어로는 '암모늄 나이트레이트(Ammonium Nitrate)'라 부른다. 냄새가 없는 흰색 가루로 물에 잘 녹는 성질을 지녔다.

질산암모늄을 개방된 환경에서 가열하면 순순히 분해반응으로 이어진다. 섭씨 180도에서는 암모니아 가스를 내고 250도까지 올라가면 질소 가스와 산소.물로 분해된다.

그러나 밀폐된 환경에서는 성질이 돌변한다. 질소 가스와 물, 산화질소로 분해되면서 폭발반응을 일으킨다. 산화질소는 유독물질로 폭발 이외의 위험요소까지 내포하고 있다.

한양대 최정훈(화학과)교수는 "보통 공기 중에서는 안정하지만 질소화합물이 대체로 불안정하듯 경유 등의 가연성 물질이 섞이거나 밀폐용기 속에서 가열.충격.마찰 등의 자극을 받으면 쉽게 폭발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질을 이용해 질산암모늄은 가연성 물질과 섞여 폭발물 제조나 성냥 제조에 사용된다.

질산암모늄의 유용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비료에 사용된다. 질산암모늄은 식물체 내에서 필수적인 질소원으로 사용되고 식물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작용을 한다.

한때 TV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맥가이버'에서 질산암모늄은 주인공의 목숨을 살린 '은인'이다. 악당들이 맥가이버를 비료창고에 감금시키고 창고 주변에 불을 질렀다. 맥가이버는 뜨거운 열기가 스며들자 비료에 물을 끼얹고는 무사히 살아나올 수 있었다.

비료의 주성분인 질산암모늄이 물을 만나면 흡열반응을 일으켜 주변의 온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질산암모늄은 이 같은 흡열반응으로 요즘 콜드팩에 이용되기도 한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