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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두 마라토너 ‘도전! 2500km’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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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일오전 10시30분쯤 울산시 남구 선암수변공원 입구. 검은 색 가방을 맨 2명의 마라토너가 시민들의 박수 속에 2500km 장거리 달리기 첫발을 내디뎠다.

이영정(청색 운동복 왼쪽)·김수원씨가 9일 출발에 앞서 울산 선암수변공원입구에서 김두겸(왼쪽)울산 남구청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해·서해안을 따라 인천까지 올라갔다가 휴전선 인근을 따라 한반도 중부를 횡단한 뒤 동해안을 따라 내려와 다음달 3일 울산대공원에 도착하는, 남한 전역을 한바퀴 빙 도는 코스다. 코스에는 부산→지리산→목포→군산→김포→임진각→춘천→인제→태백→포항→경주 등 주요도시가 포함돼 있다.

도전자는 올해 나이가 만으로 65세가 넘는 이영정(66)·김수원(65)씨. 이들의 일정표에는 매일 새벽 3시30분부터 오후 11시30분씩 달려 하루 100km씩 주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5일 동안 매일 21시간씩 달린다. 잠은 부산→지리산→보성→보령→김포→임진각→춘천→인제→태백→포항→경주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이 닿는 곳의 초등학교 현관 입구에서 3시간 정도 새우잠을 자는 것으로 잡아놨다.

달리는 중 쓰러져도 태워줄 자동차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일체 없는 서바이벌(죽기 아니면 살기) 방식의 울트라마라톤(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보다 먼 거리 달리기)이다.

이들의 목표가 이뤄지면 세계최장거리 러너가 된다. 이만한 거리를 달려본 사람도, 25일을 연속해서 달린 사람도, 65세를 넘긴 사람이 이런 코스에 도전한 적도, 하루 이상 코스를 다른사람의 지원을 받지 않고 달리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주파한 기록도 없다.

감독을 겸한 이영정씨는 “울트라 마라토너에게 하루 100km를 달리는 것은 일반화됐지만 보름간 계속 달리는 것은 아직 시도되지 않은 인간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애초엔 젊은이들이 나서고 나는 준비만 해줄 생각이었는데 도전자가 없어 추진위원인 우리 두사람이 직접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원씨는 “정신력으로 육체적 한계를 무한히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더 늙기 전에 미개척분야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마라톤 최고 기록이 3시간15분55초(2003년)이며 총 130회 풀코스를 완주했고, 2003년 6일(144시간)동안 842km를 달려 울트라마라톤 아시아 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김씨는 마라톤 풀코스를 92회 완주했고, 지난해 9월 이씨가 총괄감독을 맡은 2030km 울트라마라톤에 다른 동료 1명과 함께 도전해 19일만에 완주해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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