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세월의 무상함이라고나 할까.러시아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대통령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그는 지난달 대선 1차 선거에서 0.51%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한데다 선거기간중에도 유권자 들로부터 뺨을 얻어맞는등 온갖 수모를 겪었다.하지만 러시아 대선이 세계의관심을 끌고 열릴 수 있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페레스트로이카를 주창했던 당시 소련 서기장 고르바초프 덕택이다.이런 점에서러시아 대선 결선투표를 바라보는 그 의 관심과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중앙일보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고르바초프 옛소련대통령을 그의 재단건물에서 만나 견해를 들었다.
[편집자註] 고르바초프는 1차선거에서 떨어진데 개의치 않는 것같았다.그는 원로정치인으로서 러시아의 오늘을 걱정하는 듯했고앞으로도 국가를 위해 일할 뜻을 비췄다.
요즘 화제를 끌고있는 알렉산드르 레베드 국가안보위원회 서기의옐친진영 합류에 대한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레베드는 옐친의 휘하로 들어갔다.이를 그동안 분열됐던 러시아 정치권 통합의 시초로 볼 수 있는가.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그를 존경했지만 이제 의문이 일고 있다.그는 돈에 팔렸다.그는 옐친 선거대책본부 임원인 추바이스로부터 돈을 받았다.옐친의 선거본부는 선거전 내내 그를 도와줬다.
유권자들의 지지서명도 제대로 못받아 후보로 등록도 할 수 없었던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서명이 넘치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옐친과 그가 만나 협상한 뒤 일어났다.
그는 옐친 정권의 명령을 따른 것이다.레베드 때문에 주가노프의 표가 분산됐고 그덕에 옐친이 1차전에서 이긴 것이다.그렇기때문에 그것은 통합이 아니다.그는 제3세력의 파괴자 역할을 한것이다.』 -그러나 레베드의 개혁성향은 궁극적으로 러시아 민주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그는 가공되지 않았지만 보물인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높은 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그는 너무 빨리 높은 자리로 올라갔다.그를 위해서도,러시아를 위해서도 위험하다. 생각해보라.레베드는 명확한 지지기반이 없다.오로지 한명뿐이다.사람들은 그를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정부에 들어갔다고들 하지만 그는 백조(러시아어로 레베드는 백조)가 아니라 미끼로 쓰는 오리에 지나지 않는다.』 -러시아가 현재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러시아의 현실은 자칫 통제가 안될 만큼 어렵다.사유화문제.
개인소유권문제.경제정책문제.첨단기술등 정치.경제 모든 분야에서해결을 기다리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슨 해결책이 있는가. 『나는 사회공통의 목표와 사회전체의 공동이해를 만들기 위해서로가 접근할 수 있는 공통의 관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생각한다.』 -귀하가 통합노력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통합을 위해 이미 노력을 했다.대화를 위해 노력했다.그러나 내가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될 필요는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러시아에는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사상에 기초한,모든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전사회적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 -1차전에서 옐친과 주가노프가 승리했다.그 두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선거결과는 매우 혼란스런 것이다.두명의 후보 어느 누구에게도 새로운 사상이 없기 때문이다.주가노프는 뒤로 가겠다고 하고옐친은 앞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명확한 프로그램이 없다.그런 의미에서 두사람은 똑같은 사람이다.』 -2차전에서 누가 이길 것으로 보는가.
(그는 끝까지 대답을 안했다) -주가노프가 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나는 공산당이 권력장악을 그리 원치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들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아는 것같다.현정부가 만든 결과에 책임지고 싶어하는 것같지 않다.그래서 그들은 강한 반대만 하는 것이다.』 -선거뒤 개혁에는 어떤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는가.
『누가 이기든 러시아에는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누가 당선돼도다수의 지지를 받은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유권자 25%정도만을대표하는 사람일 뿐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가 필요한데 누가 당선돼도 그런 지지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져 올 가을께면 매우 심각한상황이 닥칠 것이다.』 -2차전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
『재단을 위해 계속 일할 것이다.그리고 러시아의 다수를 포괄하는 민주연합 결성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할 것이다.』 -1차대선에서 패배를 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선거에 나서면서 나는 예정대로 선거가 실시되는 것과 민주세력의 연합전선형성에 무게를 뒀다.
유감스럽게도 연합전선을 만들지도 못했고 2차전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는 선거기간중에 많은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집단,다양한 견해를 접하게 됐다.이러한 접촉은 매우 중요했으며정치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번 1차선거에서 부정은 없다고 보는가.
『역설적인 일이 있다.이미 말했지만 이번 선거기간중에 러시아전역을 돌아다녔는데 그것은 권력이 내가 모스크바로 못들어오게 했기때문이다.선거부정이 많았던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언론도 한 몫을 했다.이 부정은 모두 무대위의 한명을( 옐친대통령을 지칭)위한 것이었다.』 -민주진영통합을 위한 노력에 결과가 없었다.왜 그랬는가.
『나는 선거기간중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스뱌토슬라프 표도로프,알렉산드르 레베드와의 통합노력을 했었다.
선거기간내내 러시아를 돌면서 나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통합을 요구하고 이를 따르겠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
이같은 목소리에 옐친대통령이 놀라 그나마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야망때문에 통합은 결국 실패했다.
한 예를 들어보자.나는 모두에게 「대통령이라는 큰 일을 하기위해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데 당신들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다」고했었다. 특히 레베드에게 「탱크에서 내려 당장 대통령이 되려해서는 안된다」고 하자 그는 매우 화를 냈었다.』 [인터뷰=안성규 모스크바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