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애틀랜타 어제 오늘 내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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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제26회 여름올림픽을 개최하는 애틀랜타시는 올림픽구호로 「애틀랜타 부활(Atlanta Resurgence)」을 내걸고 있다.또 애틀랜타시의 상징은 재에서 다시 부활한다는 「피닉스(불사조)」다.
애틀랜타가 내걸고 있는 이 구호와 상징은 애틀랜타의 어제와 오늘,그리고 내일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말이다.
애틀랜타는 1814년 미국 남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 한 기슭의 작은 인디언마을에 건설된 포트 길머라는 군사요새에서 비롯된다.이후 철도가 놓이면서 규모가 커진 이 마을은 터미너스.마사스빌 등으로 이름이 바뀌다가 1845년 지금의 이 름을 갖게 된다. 미국 최대의 목화생산지로 미국 남부의 중심지였던 이곳에닥친 가장 큰 사건은 1861년 벌어진 남북전쟁이었다.전쟁당시남부인들이 마지막까지 항거했던 이곳은 북군의 집중공격을 받아 도시가 잿더미로 변한다.애틀랜타는 불사조처럼 잿더미 에서 되살아나 현재 유동인구 3백40만명의 거대도시로 자라났고 이제 올림픽을 통해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는 것이다.애틀랜타 사람들은자존심이 강하다.소위 「남부정서」라고 하는 것이다.
아직도 남북전쟁에서 이겼다면 애틀랜타가 미국의 수도가 됐을 것이란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곤 한다.그래서 애틀랜타가 그리스 아테네와 경합을 벌인 끝에 올림픽개최지로 결정된 다음날 애틀랜타 지방지에는 『이제 우리는 남부의 열등감을 떨쳐 버릴 수 있게 됐다』는 감상적인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이러한 애틀랜타의 역사와 정서는 이곳 출신으로 세계적인 인물이 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저자 마거릿 미첼,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깊게 관련돼 있다.미첼이 태어나 자라면서 체험한 애틀랜타의 정서와 분위기는 『바람 과 함께 사라지다』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말할 수있다.남부의 역사는 흑인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루터 킹의 자취는 오번 스트리트의 생가와 루터 킹 센터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또 애틀랜타를 얘기하면서 「코카콜라」와 「CNN」을 빼놓을 수 없다.코카콜라는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담배.커피와 함께 전세계 기호식품이 됐다.현재 코카콜라는 전세계에 하루 9억병을공급하는 「마법의 물」이다.코카콜라를 오늘의 위치에 올려놓은 로버트 우드러프는 많은 돈을 애틀랜타 재건에 바쳤고,그것도 모자라 말년엔 그의 모든 재산을 기증했다.
그의 뜻을 기리는 우드러프 아트센터가 설립됐고 그곳은 지금 무대예술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걸프전쟁의 생생한 보도로 유명해진 CNN방송 본부빌딩도 주목할만 하다.이곳에는 본사 외에도CNN기념품점.식당가가 있다.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CNN센터공개방송과 전세계 뉴스망을 24시간 보도하는 유선TV방송국을 관광하는 코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애틀랜타는 비즈니스에도 적합한 도시다.시내 중심가에 들어선 초고층 빌딩은 효과적인 업무환경을 제공한다.
그래서 애틀랜타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에 의해 미국에서 비즈니스에 가장 좋은 도시로 꼽혔고,94년에는 홍콩.뉴욕.런던에이어 세계에서 네번째로 비즈니스에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실제로 포천지가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 가운데 4백여개사가애틀랜타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메카라고 해서 회색의 콘크리트도시로 짐작하면 곤란하다.애틀랜타는 숲에 파묻힌 아름다운 전원도시이기도 하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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