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안약 자주쓰면 녹내장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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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토큰 구멍으로 내다보는 세상」.수필집 제목이 아니다.시신경손상으로 중심부위를 제외한 주변시야가 가려진 녹내장 환자들의 실제 세상이다.
최근 대학병원과 개원가의 녹내장클리닉에는 미용안약 과다사용에의한 녹내장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안과 녹내장클리닉의 경우 4백명의 등록된 환자중 9%에 해당하는 36명이 안약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삼성의료원의 경우 15%,영동세브란스는 8%,대구 제일안과는 11%로 평균 10%정도가 안약의 과다한 사용으로 건강한 눈을잃고 있다.녹내장이 무서운 것은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
방송국 리포터로 일하는 최모(27)씨.쉽게 충혈되는 눈을 감추기 위해 미용안약을 상용하던 그녀는 콘택트렌즈 부작용으로 안과의원을 찾았다가 안압상승이 발견됐다.다행히 실명은 면했지만 부분적인 시야장애가 시작돼 평생관리를 받아야 한다 는 진단을 받았다. 사업가 김모(37)씨 역시 안약의 피해자.계속된 과로나 숙취로 인한 눈의 충혈을 없애기 위해 처음엔 한두방울씩 사용했으나 몇달이 지나면서 하루 7~8회로 늘어났고,우연한 정기검진에서 녹내장이 발견돼 계속적으로 안압강하제를 사용하라 는 지시를 받았다.
충혈된 눈을 맑게 해준다는 미용안약의 주요성분은 혈관수축제와덱사메타존등의 스테로이드성분.이중 녹내장을 일으키는 것은 스테로이드라는 부신피질 호르몬제다.
영동세브란스 안과 성공제(成孔濟)교수는 『특히 덱사메타존은 코르티졸과 같은 일반 스테로이드 계열보다 강한 효력을 지니고 있어 짧으면 1주일,길어야 3개월이내 안압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로이드가 안압을 높이는 것은 안구 앞쪽에서 수정체와 각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방수(房水)와 관련이 깊다.방수는 모양체에서 생산돼 수정체와 각막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다시 홍채의 가장자리를 통해 빠져나가며 항상 10~20㎜의 압력을 유지한다.
成교수는 『스테로이드가 이 배출관 조직을 변형시켜 방수의 배출을 막게되면 마치 하수관이 막힌 싱크대에 물이 차오르듯 안압이 서서히 높아진다』고 설명한다.일단 안압이 올라가면 압력이 안구 뒤쪽까지 전달돼 시신경을 압박하게 되고,그 결과 해당 시신경섬유가 손상돼 눈에 장막이 드리워진다는 것.
문제는 안약에 의한 만성녹내장의 경우 시신경이 90%까지 손상돼도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안과 최우정(崔又正)원장은 『녹내장은 레이저나 수술로 방수를 배출해주는 방법이 있지만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치료가 안되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특히 눈이 침침하고 쉬 피곤하거나 두통이 있는 사람,불빛 을 보면 주위에 무지개가 보이는 사람은 녹내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안압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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