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중인 전준호 대신 맹활약 펼치는 롯데 신인김대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91년 7월 부산 구덕야구장.부산고와 공주고의 화랑대기 고교야구 결승에서 두명의 안경잡이가 박찬호(LA 다저스.당시 공주고3년)를 무너뜨렸다.
당시 부산고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까까머리 안경잡이 듀오는 염종석과 김대익이었다.
염은 투수로,김은 4번타자로 뛰었다.
염은 고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어 신인왕을 거머쥐며 92년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했다. 반면 김대익은 경성대로 진학,93년 국가대표까지 지냈으나 롯데에서는 흔한 왼손잡이 외야수라는 이유로 대학을 졸업하면서 2차지명 2번으로 간신히 고향팀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신인 가운데 41명이나 받았던 억대계약금도 그의 몫이 아니었다.계약금.연봉 합계 9천만원.
179㎝.78㎏의 평범한 체격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호주 전지훈련에서 그의 「벗은 몸」은 현지 여인네들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사로잡았다.
웨이트로 다져진 단단한 근육,군살하나없이 쫙 빠진 몸.이 몸덕분에 간신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걸쳤다.
그러나 롯데 외야에는 김응국.전준호.이종운으로 이어지는 왼손잡이 라인이 구축돼 있었고 김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김은 전준호가 허리부상으로 비틀거리기 시작한 지난 9일부터 주전으로 나설 기회를 잡았고 고기가 물을 만난듯 펄펄 날기 시작했다. 톱타자로서 공격의 활로를 뚫는 것은 물론 숨겨놨던 근성까지 펼쳐 팀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김용희감독은 흔쾌히 붙박이 1번타자 자리를 내줬다.
26일 삼성과의 2차전에서도 김은 1,2회 연속 2루타를 때린 것을 비롯해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활약했다.
규정타석에 못미치지만 타율은 3할을 웃돈다(26일 현재 0.
306).
롯데 타선의 새로운 톱타자 김대익은 자신의 이름대로 분명 올해 롯데가 건진 커다란(大) 이익(益)이다.
부산=이태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