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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대출중개업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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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온라인 대출중개 사이트‘원클릭’ 신현욱 대표가 대출중개가 어떤 시스템인지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원클릭]

“이곳엔 자신이 힘들었을 때를 생각해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오신 분들도 있고 적당한 투자처를 찾다가 은행 이자보다 더 주는 이곳을 보고 오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유가 어떻든 상관 없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700만명의 사람들에게 힘이 되주실테니까요.”

지난 5일 밤 8시 서초동 한 카페. 넥타이를 맨 직장인부터 40대 여성까지 40여명이 모였다. 인터넷에서 개인 간 금전 거래를 중개해주는 대출중개 사이트 업체 원클릭 설명회 자리. 인터넷 대출중계는 개인투자자가 온라인에서 대출을 원하는 사람의 ‘돈을 빌리려는 사정’을 듣고 직접 돈을 대부해주는 이른바 ‘P2P(Peer to Peer)’거래다. 대출이자, 상환방식 등을 대출자가 직접 결정하는 온라인 자금거래 시장인 것.

지난해 5월 문을 연 국내 대출중개 사이트 중 한 곳인 원클릭의 신현욱(36) 대표는 이날 참석자들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분들에게 ‘돈 회수는 가능하냐’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든데 회사를 다 말아먹는 것이냐’ 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속 시원하게 말해주려고 오프라인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의 요지는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은 최대 29%까지의 이자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신용등급이 좋지 못한 이들은 고금리 대부업체보다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탄생했나=기존 대부업체들의 금리는 49%. 서민들에겐 살인적인 고금리다. 은행에선 5~6% 저리로 대출이 가능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에서 개인 간 금전 거래는 틈새 시장이 됐다. 지난해부터 생긴 국내 온라인 대출중개 사이트는 3~4곳으로 평균 금리는 20~30% 선이다. ‘환갑을 맞이하시는 어머님 선물로 임플란트를 해드리고 싶은데 여윳돈이 없어 대출을 부탁드립니다’, ‘10월에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야하는 아들을 위해서요. 경제력 없는 부모때문에 소중한 추억을 잃어버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등 대출 게시판에는 급전을 요청하는 사연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은행권과 대부업체를 찾기가 망설여진다는 이유와 함께.

◇거래 방식=대출자가 대출 금액과 목적, 이자율, 자신의 신용등급을 제시하면 사이트 회원들이 입찰 금액과 금리를 써낸다. 낮은 금리를 제시한 투자자부터 낙찰되는 방식이다. 원클릭은 대출금 100만원과 200만원 두 가지로 진행하며 1건당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한도는 2만원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 대출을 원하는 사람은 회원 50명에게 투자를 받아야 한다. 중개 수수료는 0%, 금리 상한은 29%로 정해져 있다. 중개업체는 대출자의 신용 등급 공개와 이자 입금 등을 대행하지만 위험 부담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 원클릭은 투자자와 대출자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한도와 이자율 상한선을 정해놨다.

◇장ㆍ단점=지난해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는 ‘인터넷을 이용한 개인 간(P2P) 대출 중개 서비스’ 보고서에서 “관련 법규의 정비와 리스크 관리 위험이 해소될 경우 대출자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금융상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대출자의 신상 정보 노출’ ‘개인신용정보 파악 미비 가능성’ ‘대손 위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신 대표는 “대출자의 정확한 신용 파악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개인신용평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고 현재까지 192건 낙찰 중 1건만이 대손처리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연체 10일까지는 채무자의 아이디만 표시하고 11일부터는 대출신청자의 핸드폰, 집 전화번호, 회사 주소 등 신상정보가 투자자에게 공개된다”며 “연체 31일째에는 기한이익은 상실되고 투자자의 투표 결과에 따라 추심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대출시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선 “대출을 원하는 사람의 신용을 조회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인지 자료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등급이 낮아질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투자 매력도 ‘맑음vs.흐림’=원클릭은 지난 8월 8일 기준 총 낙찰경매 171건(상환발생횟수 664건) 중 장기연체율은 6.9%, 한 달 뒤인 9월 8일 현재 장기연체는 다 상환된 상태라고 자료를 제시했다. 현재 대손투표(상환일 이후 31일부터 30일간 대손처리에 대한 투표)가 1건, 대손종료(대손투표 종료 후 결과에 따라 법조치 및 채권매각 진행)가 2건이다. 회원 수는 5000명 정도이고 한 달 평균 거래는 20~30건 사이에서 낙찰되고 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할 점은 투자금액의 이자율 상한선이 29%라고 해도 그만큼의 이득을 당장 보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빌린다면 이자는 원리금균등상환에 의거해 계산되므로 실제 상환 이자는 16만원 정도다. 원클릭 최민호 팀장은 “상환되는 금액을 다시 재투자하는 방법으로 장기간 꾸준히 투자했을 때 29%의 수익률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대출 신청자의 경우 신용등급이 보통 7~9등급자가 많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제도 아리송=현재까진 관련 법 제도가 완전히 구비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현행 대부업법은 미등록 대부업자가 개인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등은 개인 투자자를 대부업자로 분류해야하는지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부업법을 보면 대부를 ‘업’으로 하는 자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는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이를 명확히 규정짓기 위해 금감위와 금감원 등을 수차례 방문해 문의했지만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회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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