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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반환앞으로1년>4.경제센터 홍콩의 기상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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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리콴유(李光耀)싱가포르 전 총리는 홍콩의 장래와 관련,언젠가측근들과 다음과 같은 선(禪)문답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측근들이 물었다.
『97년 홍콩 반환후 홍콩에 무엇이 닥칠 것인가.』 『1998년이다.』 李전총리의 간단.명쾌한 답변이었다.
98년에도,또 그 이후에도 홍콩은 세계적인 금융.무역센터로서현재의 번영을 계속 구가할 것인가.
홍콩을 인수할 중국이 가장 즐겨쓰는 말은 「안정(穩定)」과 「번영(繁榮)」이란 두 단어다.
그러나 경제센터 홍콩의 안정과 번영은 오늘의 번영을 가져온 요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그 요인들은 바로▶치안안정▶낮은 조세율▶민주적 법률제도▶언론자유등 네가지로 요약된다.
◇치안안정=지난 18일 홍콩의 부자촌 피크산장에 도둑이 들어호주계 중국인 콕슨의 집에서 3백만홍콩달러어치의 보석을 털어 달아났다.주인이 밝힌 단서는 도둑이 「중국 표준어」로 보석함을열라고 협박했다는 것.홍콩경찰은 그만 두손을 들고 말았다.도둑은 벌써 중국대륙으로 달아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치안 측면에서 보자면 홍콩의 장래는 지금보다 불안하다.
대륙에서 홍콩으로 원정나온 도둑들은 1인당 2천홍콩달러(약 20만원)의 운임을 내고 도둑질을 끝낸 다음 유유히 사라진다.
더욱이 홍콩경찰의 고급인력중 3분의1이 현재 이직을 희망,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공산당 지배를 싫어하는 홍콩의 국제범죄조직 「트라이어드(三合會)」의 조직원들이 속속 홍콩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그나마 한가닥 위안이 되고 있다.
◇조세.부패=낙관과 비관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의 법인세율은 33%인 반면 홍콩의 법인세율은 16.5%다. 게다가 정부규제가 거의 없어 홍콩에서 장사가 안되면 전세계 어디에 가도 안된다는 말도 있다.
중국정부도 홍콩기본법에서 현재의 세제.세율을 유지한다고 밝히고 있다.특히 홍콩에서 거둔 세금을 단 한푼도 가져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현재 상당수의 홍콩상인들은 각종 불법.편법을 통해 탈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7년후에도 과연 그런 불법.편법이 통용될 수 있겠는가가 최대 관심사다.
정반대의 우려도 있다.중국의 부패가 건너와 홍콩의 경제제도를좀먹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만연된 부패가 홍콩으로 밀려들 경우홍콩경제의 거래비용을 크게 늘려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언론자유=마이너스 요인이 많다.중국 국무원의 홍콩.마카오판공실주임(장관급) 루핑(魯平)은 몇차례에 걸쳐 『97년후에도홍콩언론이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비판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측은 알게모르게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작업을 펼치고 있어 홍콩언론들의 「중국 눈치보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친(親)대만계였던 성도일보(星島日報)그룹이 중국쪽으로 돌아섰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와 명보(明報)등 홍콩 최대의 정론지들도 대주주가 친중국계여서 더이상 자유롭게 대(對)중국 비판에 나설 형편이 못된다.
지난달엔 친중국계 언론단체들의 모임인 「홍콩신문공작자(工作者)연합」도 생겼다.과거 홍콩 영자지에서 중국의 민주화.인권탄압등을 놓고 필봉을 휘둘렀던 영국계 기자들은 프리랜서로 돌아서고있다. ◇정보.통신=홍콩이 그간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었던 최대 요인중 하나가 정보.통신이었다.이와 관련,조심스러운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중국이 항공산업과 정보통신 만큼은 반드시 국유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중국계 은행들이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위해 홍콩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산업은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홍콩 최대 증권사인 페레그린의 안드레이 리 이사는 『중국경제가 발전할수록 홍콩 금융산업은 더욱 번창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금융중심지로 성장하고 있는 상하이(上海)가 홍콩을 따라오기는 아직 멀었다.홍콩은 이미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힌 국제도시다.중국이 결코 마음대로 처리할수 없다.』미국 10대 은행중 하나인 뱅커스 트러스트 컴퍼니( BTC) 루드위그 이사의 말이다.
중국도 현재 6백억달러에 이르는 홍콩 외환 보유고에 손대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다만 홍콩 반환을 전후한 내년 6~7월 외환딜러들이 홍콩인들의 불안심리를 타고 홍콩달러를 팔아던져 홍콩달러화가 폭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다 .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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