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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강지환·소지섭 주연 ‘영화는 영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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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두 남자의 캐릭터 대비가 흥미로운 ‘영화는 영화다’.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투자했다. 사진 왼쪽은 소지섭, 오른쪽은 강지환. [스폰지 제공]

여기 두 남자가 있다. 하나는 흡사 깡패 같은 스타 배우 장수타(강지환)다. 액션장면을 찍다가 욱하는 성질을 못 이기고 상대 배우에게 주먹을 날려 큰 부상을 입히고 만다. 다른 하나는 한때 배우가 꿈이었던 진짜 깡패 이강패(소지섭)다. 조폭의 중간 보스인 강패는 틈나면 혼자 영화관을 찾고, 밤이면 속옷 따위를 손빨래해서 널고 잠자리에 든다. 성품은 이처럼 조신하되, 역시나 직업은 살벌하다. 산 사람을 수장하는 일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치운다.

상대 배우의 부상으로 영화가 중단되고, 자신의 악명 때문에 새로운 상대역을 찾지 못하자 수타는 앞서 룸살롱에서 마주쳤던 강패를 기억해낸다. 강패는 수타의 제안을 받아들여 영화에 출연한다. 다만 액션 장면에서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싸우는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영화는 영화다’(11일 개봉)는 두 남자의 대비되는 캐릭터와 상호작용이 흥미로운 영화다. 전반부의 에피소드가 다소 산만하고, 전개의 매끈함은 떨어지되 핵심을 끝까지 밀고 가는 힘이 든든하다. 여기에 소지섭·강지환 두 주연배우가 뿜어내는 매력을 더하면 앞서 지적한 아쉬움을 만회할 만하다. 이야기의 변곡점은 함께 영화를 찍으면서 두 남자가 겪는 변화다. 겁 없이 날뛰던 수타는 초짜 배우 강패에게 은근히 경쟁심을 느낀다. 그의 매서운 주먹에 움찔한 뒤 본격적인 승부욕에 불탄다. 실제 조폭인 강패도 조폭을 흉내 내는 연기에 빠져드는 변화를 겪고, 결과적으로 조폭의 생존논리에서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한다.

두 남자가 펄 밭에서 진흙 범벅이 되어 육탄전을 벌이는 것을 비롯, 영화는 막판으로 갈수록 강렬한 드라마에 가속도를 낸다. 영화 속 영화를 연출하는 봉감독(고창석)은 이 팽팽한 대결에 여유를 불어넣는 요긴한 역할이다.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허허실실의 웃음을 양념처럼 더해준다.

거울의 양면처럼 대칭되는 캐릭터가 상호작용을 겪는 이 영화의 뼈대는 어딘가 낯익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파란 대문’(1998년)은 창녀와 포주집 딸, 두 극단적인 여성 캐릭터의 역지사지를 강렬한 우화로 그려냈다. ‘영화는 영화다’는 그 남성판 격인데, 알레고리와 드라마가 좀 더 풍부하다. 조폭이 상징하는 남성성에, 배우라는 직업이 보여주는 현실과 현실의 흉내라는 상징적 장치가 더해진다. 상대가 선 자리로 다가가는 두 남자의 모습은 기계적 대칭이 아니라 조폭·배우 각자 일상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진다.

‘영화는 영화다’는 신인 장훈 감독의 데뷔작이다. ‘사마리마’‘빈집’‘시간’등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연출부·조연출로 수련을 쌓았다. 이번 영화의 각본은 김기덕 감독이 썼다. 장훈 감독은 스승의 이야기에서 강한 상징성이라는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이를 한결 대중적인 화법으로 펼치는 자신의 솜씨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영화 외적으로도 흥미롭다. 김기덕 감독은 이번 영화에 제작·투자자로도 참여했다. 그의 영화가 그랬듯 통상적인 충무로 상업영화보다 한참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주연배우 소지섭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인기 절정에 오른 뒤 군복무로 휴지기를 보냈다. 조폭이 배우가 되다니, 강패는 자칫 설득력을 잃기 쉬운 캐릭터인데 소지섭은 의구심을 떨치기에 충분한 매력과 연기를 보여준다. 흥행 성적을 떠나 스타배우의 복귀작에 대한 좋은 선례가 될 것 같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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