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어떤 말을 어디에 놓을지 ‘인사 훈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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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SHR의 양종철 대표는 “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져 앞으로 인사 컨설턴트의 활동영역이 점점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인사가 만사다’.

장관을 임명할 때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업이 잘 될 리 없다. 그만큼 인사 업무는 중요하다.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요즘은 기업 내부에서뿐 아니라 외부에서 전문적으로 인사 업무를 돕는 인사 컨설턴트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인크루트가 임금 수준, 안정성, 근무 환경 등 7개 영역을 기준으로 뽑은 ‘2008년 10대 유망 직종’에도 인사 컨설턴트가 포함됐다. 2006년 같은 조사에선 1위였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발굴하고 소개해주는 헤드헌터와 달리 인사 컨설턴트는 채용뿐 아니라 역량 평가, 인재 교육 등 전반적인 인사 업무를 한다.

◆진화하는 인사 업무=인사 컨설팅업체 SHR은 2년 전 한 외국계 주류회사로부터 관리자급 직원 100명에 대한 대대적인 업무평가를 의뢰받았다. 국내 업체를 인수하긴 했는데 제대로 회사를 꾸려가려면 주요 직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의 평가는 단순히 고과를 매기는 것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과 독일에서 정보요원 선발에 사용됐던 기법에서 유래한 평가기법이 활용됐다. 심리검사는 물론이고 가상의 역할을 주고 이를 어떤 식으로 수행하는지도 관찰했다. 평가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숙련된 평가요원이 맡았다. 이렇게 해서 개인당 수십 쪽의 보고서가 만들어졌고, 외국계 회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자회사 인재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인사 자료를 비밀처럼 여기던 국내 기업도 최근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인사 자료로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최근 한 이동통신회사도 고참 팀장급 100명에 대해 이 같은 방식의 인사평가를 실시했다. SHR의 양종철 대표는 “과거에 인사팀의 사적인 네트워크를 이용한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인사를 했다면 최근에는 인사 자료가 객관화되고 계량화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로 인해 외부에 인사 컨설팅을 의뢰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기업을 이끌어가고 경쟁력을 높이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고, 이런 인적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갈수록 인사 컨설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을 탐구하라=인사 컨설턴트는 마당발이어야 한다. 인크루트가 기업에서 인사 관리를 담당하는 6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인사 업무에 가장 필요한 능력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29%)을 꼽았다. 사람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도 19%였다. 다른 사람과 얼마나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가가 성공의 열쇠이자, 인사 컨설팅이 적성에 맞는지를 가늠해보는 기준인 셈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만큼 성격적으로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 면이 있다. 인사 컨설턴트는 업무에서도 발이 넓어야 한다. 경영은 물론이고 회계·법·교육훈련 같은 기업 전반의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체로 경영학이나 경제학 전공자가 많은 편이다.

국내에선 아직 인사 전문가 자격증은 없지만 미국에선 인사전문가(PHR) 자격증이 있다. 미국 인사관리협회 산하기관인 HR인증원에서 자격증을 관리한다. 2년 이상 인사 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대학 졸업반 또는 졸업한 지 1년 이내의 졸업생에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국내에서 이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100명이 안 된다. 그만큼 희소가치가 높다.

굳이 자격증을 따지 않더라도 조직 심리학이나 경영·회계·재무에 관한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 노사 관계도 한 영역인 만큼 노무 관련 법규에 대한 공부를 해두면 도움이 된다. 필요하다면 대화나 상담 기술에 관한 교육을 받아두는 것도 좋다.

김영훈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자료 협조:인크루트 www.incruit.com



안승준 삼성전자 전무 “서열 파괴로 역량 평가 중요성 커져”

 


안승준(사진) 삼성전자 전무는 대기업 채용 시즌이면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이다. 삼성전자 지원자들은 그가 밝히는 채용 기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안 전무를 통해 기업 내 인사 업무에 대해 알아 본다.

-어떤 일을 하나.

“삼성전자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인사관리자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인적 역량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고 양성해, 궁극적으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분야별로 전문적으로 특화된 책임자를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인사관리 업무의 주요 경향은.

“채용 시장에선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던 과거와 달리 더 많은 기회와 처우를 중시하는 실리주의 경향이 강해졌다. 그만큼 인재 발굴과 영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재 발굴에 있어서는 국적과 인종의 벽이 무의미해졌다. 기업 내에서도 연령이나 서열이 아닌 역량에 따른 보상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얼마나 정확하게 역량과 성과를 평가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인사관리에 필요한 능력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핵심 역량을 관리하는 전문적 능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어떤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지, 어떤 인재가 앞으로 기업에 더 필요한지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인물의 경쟁 우위 를 판단할 수 있는 눈도 가져야 한다. 인재를 잘 관리하려면 그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취감과 자율성을 부여해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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