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종생부 출범부터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교육개혁의 웅대한 구상에 따라 올해 처음 도입된 종합생활기록부가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24일 교육부가 개선안으로 제시한「1백등급 상대평가」는 그동안 우리 교육의 병폐로 지적되어온 「석차에 따른 한줄 세우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은 국가수준의 교육목표와 그 성취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성취기준 마련이 미비했던 상황에서 도입된 종생부의 부작용을 상대평가제도의 강화로 보완한 고육지책이라 볼 수 있다.그러나 이 방법은 고교에서의 고득점 동점자 양산은 예방할수 있어도 학생의 서열화가 불가피하다.
물론 종생부의 취지를 살리면서 대학입시와 관련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두마리의 토끼를 좇는 교육부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지만 도입 초반부터 이런 식으로 종생부가 자리잡는다면 그 취지는 점차 퇴색될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종생부의 취지를 살려 나갈 수 있는 길은 학교현장에서 구체적인 교육방법과 다양한 평가에 역점을 두는 것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나름대로 97년도 신입생 선발에서 종생부를 반영키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는 노력의 흔적을 보였다.고교를 믿고 종생부의 평가자료만을 쓰겠다는 대학도 43개나 된다.또 과목별로 나름대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도 상당수 에 이른다.
이제 종생부의 취지를 살려야 하는 「교육개혁의 공」은 대학에서 고교로 넘어갔다.여건 탓만 할 수도 없다.주어진 여건 안에서 종생부의 취지를 살려가야 하는 과제가 고교 앞으로 떨어진 것이다. 각 학교와 시.도 교육청은 유명무실했던 교내 학교성적관리위원회를 활성화해 학생평가에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또 동점자 성적처리기준 등을 마련할 때 필기시험 결과에 따라 석차를 매기기보다 평소 과제물학습.수업태도.기능 등을 중시하는 과정평가쪽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예컨대 「중간고사 30%,학기말고사 40%,학습주제선택 5%,인터뷰준비5%,참고문헌찾기 5%,발표10%,마감일제출 지키기5%」등 가능한한 객관성이 유지될 수 있는 평가항목들을 만드는것도 필요하다.학습목표는 필기시험으로 볼 수 있는 지식습득의 여부뿐 아니라 주제를 선택하고 자료를 모으는 탐구.조사능력과 시간을 엄수하는 태도까지 포함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종생부가 유도하려는 교육정상화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틀안에서 종생부의 취지를 살리는 자리매김은 안된다.잘못하면 원상복귀가 된다.현장이 달라질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다양한 평가방식을 연구.개발하고 교사들의 연수 여건을 만들어가야한다.
강양원 교육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