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국악산책>1.시리즈를 시작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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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해방후 이 땅에 창작국악의 씨앗을 뿌렸던 죽헌(竹軒)김기수(金琪洙)선생이 타계한지 올해로 10주기를 맞는다.그는 62년 국립국악원 주최로 「신국악작품공모」를 처음 실시한 이래 많은 후배 작곡가들을 배출해 냈다.이강덕.김용진.김희조 .이성천.이상규.조재선.김용만.전인평.백대웅.박범훈 등 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프로그램에서 낯익은 이름들이 그의 후학들이다.또 양악 출신의 작곡가 정회갑.강석희.이건용.장덕산 등도 그의 영향을 받아 국악기를 위한 창작음악을 다수 발 표해 왔다.
『영산회상』『수제천』『여민락』등 전통음악의 레퍼토리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국악의 미래는 창작음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창작국악에 대한 초창기의 열성이 식어가는 것같아 안타깝기만 하다.KBS국악관현악단.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등에서의 연간 초연작품은 2~3곡에 불과하고 국립국악원.문예진흥원.서울국악대경연에서 실시하는 창작곡 위촉이나 공모 를 제외하면초연의 기회는 많이 줄어든 실정이다.
신인 작곡가를 배출하는 등용문으로 자리를 굳힌 서울국악대경연에서 중주곡 또는 관현악곡을 공모했으나 대부분 관현악곡을 제출한 것은 창작국악곡의 연주기회가 매우 드물다는 현실을 잘 말해준다.관현악단에서도 많은 연습시간을 필요로 하는 신작 대신 기존의 레퍼토리를 편곡,다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국악 창작곡 중에서 초연과 개작.수정을 거듭해 「고전」으로 남을 만한 작품은 몇이나 될까.창작음악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다는 의미에서도 창작국악의 「고전」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낀다.
매주 1회씩 한 작품을 선정해 창작국악 50년사를 되돌아보는 시리즈 「창작국악산책」이 오늘부터 독자를 만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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