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보해.경월 고급소주 시장 경쟁 전면전 돌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소주위의 소주」(김삿갓),「이름하여 귀한 소주」(청산리벽계수),「소주의 개념을 바꾼 숙성소주」(참나무통맑은소주).
지난 3월 보해양조의 김삿갓 출시로 촉발된 고급소주의 시장싸움이 전면전에 돌입했다.소주업계의 대부(代父)격인 진로가 마침내 대대적인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94년이후 OB.하이트.카스간의 맥주 3파전에 이어 또하나의 술 삼국지(三 國志)가 펼쳐질 조짐이다.
24일 첫선을 보인 진로의 참나무통맑은소주는 특히 해방후 처음으로 가격담합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소주시장 싸움이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있다.소주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시장의 50 % 이상을 장악해온 진로를 선도기업으로 각지역을 근거지로 한 지방소주업체들이 암묵적 담합형태를 유지해왔다.으레 진로가 값을 올리면 며칠후 지방소주업체들이 거의 같은 폭으로 값을 따라올려 라벨만 다를뿐인 전국 균일시장이 형성돼왔다.
그러나 진로는 이번에 고급소주의 가격을 보해.두산경월보다 3백12원(출고가기준)싸게 내놓았다.
파격적인 가격정책이다.요식업소들이 김삿갓이나 청산리벽계수와 똑같은 값을 애주가들로부터 받을 것을 계산한 것.요식업소 주인들은 마진이 크게 남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참나무통맑은소주를 한병이라도 더 권하게될 것은 뻔한 이치다.막강한 진 로의 유통망에 요식업소 마진을 많이 남겨주는 전략으로 일거에 고급소주 시장을 또다시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대해 보해.경월은 『그정도 가격이면 프리미엄 소주라기보다는 관광소주급』이라고 짐짓 태연한 체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진로의 가격정책에 따른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그러나 진로는 먼저 시장에 나온 김삿갓.벽계수가 『벌꿀등 단순히 첨가 물만을 바꿔거품가격을 매긴 술에 불과하다』며 「소주의 개념을 바꾼 숙성소주」를 앞세워 출시초부터 월 1천만병 판매를 목표로 잡고있다.
3월말 출시이래 불과 3개월만에 8백만병이 팔려나가 「고급소주=김삿갓」의 위치를 굳힌 것으로 자부하는 보해도 본격적인 굳히기작전에 들어갔다.「광주.전남 소주시장의 90%점유」라는 유례없는 지역적 영업기반을 바탕으로 진로의 안방격인 수도권시장을뚫는데 성공한 보해는 『후발 고급소주들이 제2,3의 김삿갓에 지나지 않는다』면서도 지방영업력을 서울로 돌리는등 수성(守城)에 나섰다.
지난17일 토종벌꿀소주 청산리벽계수를 내놓은 경월도 연말까지20억원 정도의 광고비를 쏟아붓는 외에 OB베어스 팬클럽등을 대상으로한 대규모 샘플링.이벤트성의 각종 프로모션행사등을 준비중이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