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폭발 참사] 구호품 전달 경로, 인력 파견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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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7일 용천 폭발사고 수습을 위해 남측에 요구할 품목 리스트를 처음 선보였다. 사고 발생 닷새 만에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열린 첫 남북 당국 간 접촉에서다. 하지만 남측이 긴급 의료구호와 생필품 공급에 무게를 둔 데 반해 북측은 시설복구에 필요한 자재.장비의 지원을 강조해 입장차를 드러냈다.

◆피해 복구에 초점=북한은 남측의 지원 의사 표명에 사의를 표하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1984년 남한에 수해 구호 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회담 이후 20년 만의 만남이다. 그러나 북측은 남측의 긴급 의료지원 제안에 "기본적으로 해결되고 있다"며 거절했다. 대신 철판 지붕재와 시멘트.디젤유.염화비닐(비닐하우스용)을 비롯한 복구 자재와 불도저 등 복구 장비를 달라고 요청했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은 긴급 구호의 경우 자체 의료진과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에 맡기고, 남한에는 시설 복구를 집중 요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고 말했다.

접촉에서 남측은 임시 주거시설용 컨테이너와 천막 지원은 물론 복구에 참여할 남측 기술 인력도 파견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 인력의 현지 체류에 거부감을 보여 성사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긴급 구호 차질 커질 듯=정부는 27일 용천 참사에 1차로 30억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키로 확정했다. 구호품과 운송에 12억원(100만달러)을 비롯해 ▶의료진.병원선 파견 9억원 ▶세계보건기구(WHO) 지원비 2억4000만원 등이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통일외교통상위에서 북측과의 후속 협의에 따라 협력기금을 추가 지출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부는 북한이 의약품이 해결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이미 모은 약품과 구호 물자는 예정대로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긴급을 요하는 부상자 구호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이다. 북한이 유일한 수송로로 지정해 준 인천~남포 간 항로로 물품을 나를 선박은 기상악화로 발이 묶였다. 의료계에서는 질산암모늄 등 유독성 물질의 폭발로 '화학화상'을 입은 환자는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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