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위스키 소비대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8세기말까지만 해도 위스키는 무색투명한 액체였다.그것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호박색을 띠게 된데는 흥미로운 유래가 있다.「스카치 위스키」로 불리면서 세계 제1의 맛과 향기를 자랑해온 위스키의 명산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에 통합된 후 의 일이다.
1707년 양국 의회의 통합으로 연합왕국이 형성된 후 7년에걸친 프랑스와의 전쟁과 식민지였던 미국의 독립으로 재정에 곤란을 겪던 영국정부는 스카치 위스키에 눈독을 들였다.1776년에이르러 마침내 스카치 위스키에 대해 종래보다 15배나 인상된 주세(酒稅)를 부과하기 시작했다.위스키 제조업자들도 대책마련에부심했다.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에서 밀조했고,만들어진 위스키를마을로 옮기는데는 수입해온 셰리주(스페인산 백포도주)의 통을 이용했다.한데 술통을 마을로 옮긴 뒤 열어보니 술의 색깔은 아름다운 호박색을 띠었고,그 맛도 전에 없이 향기롭고 감미롭게 변해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 스카치 위스키는 세계 최고의 위스키로 인정받으면서오늘에 이르기까지 영국경제를 살찌우게 하는 「효자」노릇을 하고있으니 스카치 위스키는 세금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스코틀랜드사람들의 위스키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할밖에.
전통악기인 백파이프의 소리를 좀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위스키를 살짝 뿌려주는가 하면 청소년들의 여드름 치료제로 얼굴에 발라주기도 한다.감기에 걸리면 뜨거운 물에다 위스키와 레몬 따위를 섞어 마시는 것도 오래된 습속이다.
맛에 대한 자부심은 더 말할 것도 없다.프랑스와 독일사람들이포도주와 맥주의 맛을 혀로 감식하는데 비해 스코틀랜드 사람들은위스키의 맛을 코,곧 후각으로 감식한다.맛보기 전에 냄새부터 맡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그래서 그들은 냄새도 ,맛도 모르는채무작정 마셔대는 사람들을 경멸한다.
어느새 영국이 한국을 아시아권에서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위스키 소비대국」으로 꼽을 정도가 됐다.금년 한해 예상 시장규모가 출고가기준 9천5백억원에 달한다고 한다.의문점 두가지.과연 스카치 위스키를 즐기는 우리 주당중 그 「참맛 」을 알고 마시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이며,온갖 것 다 만들어내면서 스카치 위스키에 버금가는 국산 위스키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