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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서울대조사팀 신대방동 복개천 점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서울관악구 낙성대 공원옆을 흐르는 봉천천.
이 하천 이름을 기억하는 주민은 거의 없고 지도에서도 사라졌다.이미 10여년전 콘크리트로 덮여져 하천 모습이나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봉천천은 관악산의 또다른 기슭에서 흘러 내려온 도림천에 합쳐지고 다시 안양천을 거쳐 한강본류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시작한 복개도로는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까지 편도 3차선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다.이도로는 비교적 통행량이 적어 길 양편으로 자동차 경정비업소들이 잔뜩 들어서 있고 야간이나 주말에는 덤프트럭들이 주차공간을 메운다.하지만 가 려진 복개천내부 사정은 결코 도로만큼 시원하지 않고 더욱이 깨끗하지도 않다.전체연장 5.15㎞로 서울에서 가장 긴 이 복개천 하류 신대방역 쪽에는 가로.세로 3의 나란한 6개의 물통로가 있다.
지난 9일 이 가운데 한 통로를 통해 복개하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발목까지 물이 차는 통로 안으로 들어서자 짙은 어둠과 함께 속을 메스껍게 하는 악취가 확 풍겼다.각 통로 사이에는 연결 창이 있어 물이 찰때는 넘나들도록 돼 있다 .양쪽 맨 가장자리 통로에는 양편에서 모여든 짙은 회색의 오수가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군데군데 입을 벌린 하수관을 통해 세제거품.
음식물 찌꺼기 등 생활하수에다 정비업소.주차장에서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기름 찌꺼기가 들어온다.
두번째 안쪽 통로로는 오수가 섞인 하천수가 천천히 흘렀다.평소에는 오수가 가양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 하수관으로 들어가지만비가 많이 오면 오수 통로가 넘쳐 직접 한강본류까지 내려가도록돼 있다.빗물과 오수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처 리하는 「합류식」하수관으로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10분 정도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인부들의 누수방지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마침 공사장 불빛에 비쳐진 물과 토사는 시커먼 색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조사팀의 이동근(李東根.28)연구원은 『하천물이 무산소 상태여서 자정작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이를 증명하듯 기자가 착용한 마스크도 숨막히는 시궁창 냄새로 인해 별 소용이 없다.
휴식을 취하던 인부는 『공기가 탁해 복개천 안에서 하루 종일일하고 나면 머리가 띵하게 아파온다』고 말했다.약 1㎞ 구간 다섯군데에서 시료용 물을 채취하는데 1시간 정도 걸렸으나 조사요원 모두 탁한 공기와 유해가스로 인한 악취때문 에 밖으로 나와서도 상당시간 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12일 오후 인근 도림천에는 이날 내린 비때문에 다소 맑은 물이 흘렀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하천변이지만 풀도 무성히 자라 있었다. 이미 5백쯤 복개됐고 나머지 2㎞도 조만간 복개될 이곳에서 깡통과 막대기로 송사리를 잡고 있던 金문호(남부초등학교.5년)군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 친구들과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도로가 넓어지면 주차도 편리하고 주변집값도 올라갈 것』이라며 하천복개를 환영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복개가 주는 교통소통의 편리함 이면에 숨겨진 자연파괴의심각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는 느낌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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