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의 컴퓨터 이야기] 공부도 ‘다운로드’ 된다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8호 35면

컴퓨터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 집채만 하던 컴퓨터 하드웨어는 휴대전화 크기로 줄어들었다. 소프트웨어 기술도 많이 발전하여 컴퓨터가 글을 소리 내서 읽거나 필기한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 기술이 궁극적으로 어디까지 발전할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원을 추구한다. 가능하다면 영원히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물리적 세계에서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나’라고 인식하는, 아니 ‘나’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뇌를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게 복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컴퓨터를 뇌와 같이 만들고 나의 정신 세계를 컴퓨터에 옮겨 놓아 내 몸이 죽어도 내 후손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해 주면 내가 영원히 사는 것 같지 않을까.

현재 학자들은 뇌가 어떻게 사고하고 판단하는지, 뇌와 컴퓨터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지, 컴퓨터가 뇌를 흉내 낼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틀어 ‘뇌 정보공학(Brain Informatics)’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뇌가 어떻게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고 냄새를 맡는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판단·추리를 위해 어떤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또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감정과 주의·기억·의사결정 등은 어떻게 서로 연관돼 있는지, 불안과 우울증 같은 정서 장애는 왜 생기는지, 학습을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지 등 우리 인간은 우리 자신(뇌)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른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가설과 모델을 만들고 실험으로 증명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이런 분야를 ‘인지 뇌 과학(Cognitive Brain Science)’이라고 한다.

둘째, 우리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나 로봇 등을 조종할 수는 없을까.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이고 주위 환경을 컴퓨터로 조정할 수 있으면 장애우에게 많은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최근 암 진단에 많이 쓰이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촬영(fMRI)과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기술이 발달해 실시간으로 뇌의 활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뇌기능 영상화 기술의 발달로 그림이나 대화 등의 외부 자극을 주고 뇌기능 영상화 기술로 뇌신경 반응을 측정, 분석하여 뇌 기능을 진단하고 나아가 외부기기를 제어하거나 사용자의 의도를 외부에 전달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뇌가 하나의 영상이나 유용한 정보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그것이 더 발전해 컴퓨터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한 순간에 뇌에게 학습시킬 수는 없을까.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무술과 헬기 조종 기술을 컴퓨터에서 우리 뇌에 내려받아 한순간에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된다면 16년간의 지루한 초·중·고 및 대학교육은 단 10분으로 끝날 텐데…. 이렇게 뇌 속의 정보를 컴퓨터로, 컴퓨터의 정보를 뇌 속으로 전달하고 통신하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한다.

셋째, 컴퓨터가 아예 우리의 뇌처럼 작동하게 할 수는 없을까. 뇌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기계를 제작할 수는 없을까. 즉, 뇌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는지 정보 처리 방법과 물리·화학적 특성을 이해해 인조 뇌신경계를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아니면 서로 혼합된 형태로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이 된다면 작은 칩 형태로 만들어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각종 기계에 장착해 지능적 정보기술(IT)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신경 모방 공학(Neuromorphic Engineering)’이라고 하며 생물학·물리학·수학·컴퓨터과학 및 공학을 통섭하는 것이 필요하다.

컴퓨터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지적했듯 이제는 컴퓨터가 단순한 컴퓨터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공학으로 발전해 인지과학·생명공학·나노공학과 더불어 융합 기술의 한 핵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중 정보공학과 인지과학의 결합으로 막 만들어진 뇌정보공학은 21세기의 중요한 학문으로서 자리 매김을 해 나갈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