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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규제>3.끝.처방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증권감독원 수뢰사건후 나웅배(羅雄培) 경제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객관적 기준을 만들어 투명성을 높이라』는 지시나 박청부(朴淸夫) 신임 증감원장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규정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기업공개나 해외증권 발행등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한 비리발생의 소지는 언제나 있습니다.』 수년전 재경원의 「규제완화」작업반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P증권사 K박사의 말이다.공개물량 규 제가 주가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재경원의 주장에 역시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발행가 결정은 물론 공개물량 소화까지 증권사가 책임지는 「총액인수제」를 도입하면 모든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됩니다.』 굳이 증권사가 미덥지 못하면증권사들중 절반정도에만 주간사자격을 허용하는 한시적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증권사는 손해보지 않기 위해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가격이 얼마인가를 파악한 후 비로소 발행회사에 인수의사를 밝 힐 것이다.때로는 시기를 늦추도록 권할지도모른다.어쩌면 가격에 불만이 있는 발행사가 공개를 늦출 수도 있다. 결국 획일적인 발행가 산정기준,공모주청약예금등 온갖 반시장적인 규제를 그냥 두고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시장기능을 정지시켜 놓고 시장을 나무라는 것은 적반하장격이다.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재경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답변하기를 거부했다.시장을 믿지 못하는 정책입안자에게서 어떤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재경원의 증시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주가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는 것 같다.그러나 이 걱정은 증권사.상장사.투자자등 시장참여자들이 해야할 일이다.정부가 직접 나서 주가를 조절하는 것은 국제화된 증시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이런 반시장적 행위에 대한 뼈아픈 자기반성이 뒤따라야 할 때다.가령 주가부양에 투신.증권사들을 동원한다든지 하는 무리수는 이제 더이상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감독체계도 짚고넘어가야할 부분이다.특히 증시의 최고 의결기관인 증권관리위원회는 정부 증시정책의 「거수기」역할이외에 별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있으나 마나한 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한 증관위 상임위원은 『월급받기가 부끄럽다』고 실 토하며 심한무력감을 호소했다.
게다가 증관위 당연직 위원 3명중 한사람인 재경원차관이 회의에 참석하는 일은 거의 없다.증관위 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예다.이런 증관위가 제기능을 찾지 않는 한 증시의 시장기능회복이라든가 증시투명성 확보같은 것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전규제를 과감히 풀고 사후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시장을 믿고 규제를 풀어 경쟁에 맡기고 불법 또는 불공정거래는 철저히 가려내는 것이 망가진 증시를 살리는 길일 것이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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