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장애인 정책 실무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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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세심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중증 장애인(소아마비 2급 장애인)이 장애인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의 장이 됐다. 세살 때 소아마비를 앓다 장애인이 된 안규환(38)씨. 그는 27일 보건복지부 재활지원과장으로 임명되면서 '장애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활지원과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재활사업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의 두 부서 중 하나다. 이번에 처음으로 민간인 중 장애인을 대상으로 부서장을 공모했다.

安과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은행에 입사하려다 좌절된 뒤 고향인 제주로 내려갔다.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법인인 춘강에서 5년간 근무하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입사해 고용지원 업무를 맡는 등 14년간 장애인을 위해 일했다. 이번 공모에서 7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과천 청사에 입성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이나 제도는 그런대로 (갖춰져) 있는 편이지만 시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현행 정책을 비판한 뒤 "이런 문제점을 고쳐 시스템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해 응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安과장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지원부 차장 시절 장애인 창업 자금 지원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정권인수위원회에 비공식 멤버로 장애인 관련 정책 입안에도 관여했다.

그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계는 완벽한데 시공의 전문성이 떨어져 유명무실한 것이 많다"면서 편의시설 재구축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으로 살다보니 (비장애인에 비해) 운동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생활체육과 재활체육을 합한 체육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安과장은 제주의 춘강에서 근무할 때 특수교육을 전공한 임영숙(38)씨와 만나 결혼했으며,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을 두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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