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비타민] 새 차가 툭하면 고장 … “고쳐주고 위자료 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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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모씨는 2002년 쌍용자동차 렉스턴을 샀다. 그런데 차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차체에 떨림 현상이 생겼다. 연료를 연소실로 분사하는 압력을 만들어 내는 인젝션 펌프에 이상이 생긴 것이었다. 김씨는 쌍용차 정비센터에서 무료로 수리를 받았다. 하지만 부품을 교체한 뒤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이후 2~3년간 김씨는 10번 넘게 정비센터에 차를 맡겨야 했다. 도합 서너 달은 차를 정비센터에 두고 다닌 셈이었다. 무상수리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어 김씨는 정비센터에 갈 때마다 일일이 협상을 벌이는 수고를 해야 했다. 김씨는 비슷한 시기에 이 회사에서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과 함께 쌍용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근본적인 하자가 있는 자동차를 팔았으니 차 산 돈을 도로 내놓으라는 취지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황적화)는 김씨 등 11명이 쌍용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5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젝션 펌프의 불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 등이 계속 수리를 받는 것을 알고도 쌍용차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차 산 돈을 돌려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하자 발견 후 6개월 이내에 소송을 내야 했는데 기간이 지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상법은 하자에 대한 소송기간 제한 규정을 두면서 회사 간의 거래와 회사와 소비자 간의 거래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하자 소송기간 제한에 대한) 별도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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