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당 부채 3960만원 … 7년 전의 두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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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규모는 622조9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7조9000억원(10.3%) 증가했다. 신용카드 결제를 통한 외상구매액은 37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조9000억원(18%) 늘었다. 이 둘을 합한 전체 가계 빚은 660조3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9조8000억원 늘어났다. 2분기 전체 가계 빚(가계대출+외상구매) 증가 규모는 1분기(9조8000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2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29조원이 증가한 2002년 2분기 이후 최대다.

올해 전국 가구 수가 1667만여 가구(통계청 추계)인 것을 감안할 때 가구당 부채는 3960만원에 달한다. 2001년 6월 말(약 2000만원)과 비교하면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한은 금융통계팀 이상용 과장은 “은행의 영업 확대로 아파트 중도금 대출과 뉴타운 관련 전세자금 대출이 많았고, 신용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경쟁으로 전체 가계 빚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계 빚의 증가는 내수 경기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된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면, 소비가 위축돼 내수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 빚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금리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경기 침체로 가계 소득이 줄면 대출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회사들이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고 있어 아직까지 부실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개인가처분소득에서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9.4%에서 올 들어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2002, 2003년에는 6.9~7%였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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