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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 사진 공모전' 8월 수상작 발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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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은 정말 무더웠습니다. 땡볕에서 잠깐만 사진 작업을 해도 땀범벅이 되기 일쑤였습니다. 꼼짝하기 싫을 정도로 무더웠기에 이번 달 사진은 그리 뛰어나지 않을 것이라 지레 짐작했습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일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라 여겼습니다.

허나, 심사를 하느라 사진들을 살펴보는 순간 놀랐습니다. 심사에 참가한 주기중 에디터와 김진원 부장은 웬만한 사진전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우리 땅 구석구석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의 열정은 무더위도 녹일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사진 하나하나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이 유달리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토의 끝에 수상자를 늘리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8월의 1등으로 박병건 님의 ‘그곳에 서면’(▶작품보기)과 이영규 님의 ‘스페이스 공감’(▶작품보기)을 선정했습니다.

‘그곳에 서면’은 소금 작업이 염전에 반영된 장면을 포착한 사진입니다. 보정 작업이 너무 강해 자연스럽지 못한 점은 있지만 독특한 시각이 돋보였습니다. ‘스페이스 공감’은 도로안전 표지 작업을 하는 모습을 하이앵글로 포착한 사진입니다. 앵글과 구도 선 처리의 감각이 탁월합니다.

2등으로 백승근 님의 ‘화가’(▶작품보기), 이용호 님의 ‘노부부의 하루’(▶작품보기), 한윤이 님의 ‘그림자는 작업 중’(▶작품보기)을 뽑았습니다. ‘화가’는 아파트 도색작업 장면입니다. 하늘과 아파트의 화면 분할이 안정적이며,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은 마치 행복을 그리는 화가처럼 여겨집니다. ‘노부부의 하루’는 할머니의 실타래 작업이 눈길을 끕니다. 슬로우 셔터로 실타래의 흐름을 적절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림자는 작업 중’은 제목 그대로 그림자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자만으로도 노동의 숭고함을 보여줍니다.

3등은 서병태 님의 ‘마굿간 풍경’(▶작품보기), 손승범 님의 ‘집짓는 발리인’(▶작품보기), 최인규 님의 ‘곡예사의 첫사랑’(▶작품보기)을 선정했습니다.

‘마굿간 풍경’은 말굽을 갈아 끼우는 장면입니다. 달궈진 말굽과 자욱한 연기가 단박에 눈을 사로잡습니다. 다만 연기와 사람에 가려진 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방향을 조금만 더 틀어서 잡았다면 흠잡을 데 없었을 것입니다. ‘집짓는 발리인’은 짙푸른 하늘, 집의 골격, 그 위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잘 어울렸습니다. 앵글을 조금만 낮추었다면 화면이 깔끔하게 정리 되고 아울러 아래에 있는 사람도 어울렸을 것입니다. ‘곡예사의 첫사랑’은 언뜻 보기만 해도 맘이 훈훈해 집니다. 줄에 매달린 피사체의 표정이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발끝이 화면에 잘리고 여백이 부족해 공간감이 떨어지는 것이 옥 의 티입니다.

이번 심사는 선정된 사진들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선정되지 못한 사진 중에서도 뛰어난 사진이 유독 많았습니다. 사실 선정하기야 어려웠지만 그만큼 좋은 사진을 많이 보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 공모전은 9월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권혁재 사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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