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연예인.신혼부부등 태워 질주-구급차가 총알택시영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토요일인 지난 15일 오후6시27분.
『엥,엥,엥,엥-.』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달려들자 앞서가던 승용차는 물론이고 버스.택시들도 깜짝 놀라 얼른 길을 터준다.주말인데다 비까지 내려 서울신림동 도림천앞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했지만 구급차는 고속도로처럼 거침 없이 내달렸다.
서울대를 출발,김포공항으로 향하던 구급차는 신림지하철역 네거리 남부순환도로 진입 지점에 이르자 주저없이 중앙선을 넘어섰다.차량이 넘쳐 사이렌 소리로도 길을 확보못했던 것.
그것도 잠시였다.중앙선 너머에도 마주오는 차량이 많아 여의치않자 이번엔 갓길로 파고들었다.옆차선의 차량들은 거의 서있다시피 했지만 갓길을 달리는 구급차는 시속 70~80㎞이상으로 신바람을 냈다.길을 비켜준 운전자들은 물론이고 버 스 승객,승용차를 탄 신혼부부등은 한결같이 걱정스런 눈길로 구급차를 바라봤다. 20여차례의 중앙선 침범등 「곡예 운전」끝에 구급차가 도착한 곳은 병원 응급실이나 사고현장이 아닌 엉뚱하게도 김포공항국내선 청사앞이었고 시간은 오후6시56분.택시를 타면 최소한 1시간30분이 넘게 걸릴 주말 오후의 서울대~김포공 항을 29분만에 달린 것이다.
구급차 안에 탄 사람은 응급환자나 환자 가족이 물론 아니었고「가수 매니저」와 「코디네이터」라고 둘러댄 취재진.서울시내의 심화된 교통 체증을 악용,구급차가 총알택시로 둔갑하는 현장이 확인된 것이다.
이 구급차는 「한국응급구조단」이란 사설구조단 관악지부차량.취재진이 이날 오전 대한적십자사 산하 129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연예인 매니저인데 저녁시간에 김포공항까지 급히 갈 수 있느냐』고 묻자 이곳에서는 한국응급구조단 관악지부를 소개했다.구조대측은『10만원만 주면 25분안에 데려다주겠다』고 해 서울대 캠퍼스안에서 만났던 것.
『설날 귀성전쟁때는 서울~부산간을 4시간반만에 갔었지요.』 급히 달리면서도 구급차 운전사 尹모(32)씨는 『주요 고객은 공연시간에 쫓기는 연예인이나 비행기.열차 승객,신혼부부들』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또 며칠전 인기가수를 태우고 가던 구급차가 사고를 낸 것도 바로 이같은 케이스라고 덧붙이기 도 했다.
구급차 이용은 1~2시간 전에만 예약하면 언제.어디라도 가능하고 특히 25만~30만원만 내면 하루종일 대여해주기도 한다는것. 『뒷좌석엔 커튼이 쳐있고 앞좌석 좌우에도 짙은 선팅으로 처리,밖에선 안보이니 맘놔요.』공항이 가까워지면서 취재진이 길가의 교통경찰을 보고 불안해하는 표정을 짓자 운전사는 안심하라고 위로까지 해줬다.이윽고 공항에 도착해 요금을 지불하자 그는주위사람들에게 선전해달라며 20여장의 명함까지 건네준뒤 유유히사라졌다.
은종학.김우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