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이후 與野 논평.성명 해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야가 민생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문채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험구에 당의 총력을 쏟고있다.이같은 사실은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4.11총선 이후 신한국당.국민회의.자민련등 여야3당대변인.부대변인이 발표한 논평과 성명 2백89건 을 분석한 결과,상대당에 대한 비난이 전체의 71.2%인 2백6건이었다.
여론의 동의가 필요한 각종 민생사안을 1회용이 아니라 지속적인 논평을 내가며 관심을 표명한 정당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여야 각 당의 입장제시→여론형성→국민적 지지획득→정책시행이라는 민주정당의 기본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각종 정책사안들이 행정부의 일방적방침에 의해 제멋대로 결정,시행되는 형국이다.
신한국당은 4.11총선이후 65일동안 69건의 성명.논평을 발표했다.이중 66.7%인 46건이 국민회의와 자민련 비난이었다.정책논평은 8건인데 그것도 4자회담 지지등 정부정책에 대한일방적 지지로 일관하고 있다.나머지 15건은 현 충일 추모등 단순한 입장표명.
국민회의는 같은 기간 무려 1백27건이었다.이중 여당비난이 73.2%인 93건,단순논평이 12건이고 정책과 관련된 것은 22건이다.자민련도 93건의 논평과 성명중 72.0%인 67건이 신한국당 비난이었다.11건은 중립적 사안에 대 한 단순한 입장표명이고 민생관련 성명은 15건이다.
야당의 정책사안 논평은 그나마 『앞으로 지켜보겠다』『정부책임이다』는등 자기당의 논리를 제시하는 대신 모호한 표현일색이다.
결국 정치권은 우리 사회의 산적한 과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해 자기당의 지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않고 있는 것이다.
한.약분쟁만 봐도 그렇다.약사와 한의사들이 연일 수만명씩 시위하는데도 정치권은 말이 없다.여야 모두 『서로 양보하라』는 원론적 얘기만 하고있다.정부가 3백만달러를 유엔기구에 지원키로한 것은 분명 국민들의 동의와 여론의 검증을 받아 야할 내용이었다.지난 8일에는 사상처음 서울에서 오존주의보가 발령되는등 공해문제가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지만 칼자루는 전적으로 행정당국이 쥐고있는 형편이다.
뇌사인정,동성동본 금혼 찬반,한탄강 물고기 떼죽음,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 혼잡통행료 징수,산아제한 폐지,경부고속철도 경주노선변경,국제수지적자,해외부동산투자 자유화,수도권 공장규제 대폭완화등 정치권이 여론을 형성해야할 수많은 부분들 에 대해 여야는 아무런 논평도 내지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치인들이 낙태.동성애.군비축소등 예민한 논쟁거리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 「회색분자」로 낙인찍혀 당선이불가능할 정도다.
반면 우리네 정당에서 상대당에 대한 비난과 비방은 홍수다.여당은 야당의 총재들을 거론하고,야당은 대통령의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인신공격성 발언들로 날을 보낸다.
김종혁.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