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18.동아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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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동아는 올해를「재창업 원년의 해」로 정한 바 있다.창업 50주년을 기념하는 작년을 전후해 겪은 엄청난 쓰라림을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삼자는 다짐이다.성수대교 붕괴사건(94년10월)과 비자금파문(95년말)등의 악몽을 털고「재창 업」을 겨냥한 변화에 최원석(崔元碩)회장 자신이 깃발을 든 것이다.보수성이 강한 동아의 경영행태나 조직관리등 구석구석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 연유다.
지난 5월23일 런던 인터콘티넨털 호텔.
『세계화시대에 기업환경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책임의식과 양심을지키며 모든 사업에 임하자.』 동아그룹 최원석(崔元碩.53)회장은 이곳에서 이틀간 열린 「동아 세계화추진전략회의」에서 경영층에게 이렇게 당부했다.동아의 부회장.사장은 물론 세계각지 해외지점장등 핵심 임원 70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崔회장은 이틀간 이 회의를 주재하고 동아의 21세기 기업이념으로 「세계화」「책임의식」「양심」등 3가지를 제시했다.해외기업인수등 해외경영 확대,정보통신.뉴미디어등의 첨단신규산업 진출,유통사업 강화등 새 구상도 제시됐다.
창업 51 년만에 처음 연 해외현지 전략회의에서 崔회장이 제시한 이 말에 동아의 현재가 모두 함축돼 있다.
35세때인 77년11월부터 18년째 회장직을 맡아 온 崔회장은 선대회장(故 崔俊文.85년 작고)의 사업을 이어받아 『수성(守成)에 그런대로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있었으나 잇따른 메가톤급 악재가 터진 것.
카리스마(권위)와 보스기질을 지녔다는 얘기를 듣는 崔회장은 평소 말보다 실천을 강조한다.또 그는 쉽게 움직이지 않지만 일단 움직이면 끝을 보는 뚝심이 있다.
그 한 예가 리비아대수로공사 수주.올 4월 리비아는 한국기업이 대형 건설공사 수주에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한국정부가 유엔이 취한 리비아의 경제제재 조치에 찬성하자 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
그 와중인 4월20일 崔회장은 카다피 국가원수와 만나 리비아대수로 3,4단계공사(1백억달러 규모)를 수주키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2세 오너들은 어렵다는 「일종의 도박」을 특유의 배짱으로 밀어붙인 것이다.崔회장은 최근 해외사업에 관심이 더 높아졌다.국내사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제 다시 해외사업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崔회장은 최근 15위권인 그룹사세를 조만간 10대그룹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로 독전(督戰)에 나서고 있다.수성은 물론 재창업에도 성공하겠다는 다짐이다.
기존의 건설.운송.금융사업에 이어 정보통신.뉴미디어산업.유통사업등에도 도전장을 내고 관련분야를 크게 강화할 태세다.이미 건설과 통운을 앞세워 개인휴대통신(PCS)과 주파수공용통신(TRS)에 4.9%씩,국제전화사업에도 컨소시엄형태로 참여하는데 성공했다.
대한통운의 부지와 수송망등을 활용한 백화점이나 디스카운트 스토어(할인점),국내외 각지의 물류기지등 유통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인천에 확보해 둔 5백여만평의 매립지도 이들 새 사업의 터전이 되고 있다.
올해부터 崔회장은 굵직한 사안만 챙기면서 건설.수송.금융등 3개 주력사업군별 부회장아래 사장 책임경영체제를 본격 가동시키고 있다.사장들에게 사업결재권을 대폭 위임하고 崔회장은 새 사업이나 전략사업에 전력하는 구도다.부회장과 고문들 은 주로 자문역을 맡는다.동아엔 친인척 경영자가 없는 점도 특색.
오너 崔회장을 보좌하는 상층부 두 실세는 이종훈(李鍾勳.64)기조실장(부회장)과 김광희(金光喜.61)증권회장이다.李실장이공식적으로 그룹이 돌아가는 전체일을 조율한다면 金회장은 비공식적으로 崔회장의 최측근에서 회장의 의사결정을 돕 는다.崔회장은이들 두 사람에게 주요 자문역을 맡기면서 유영철(劉永哲.59)건설 부회장,유성용(柳成鏞.57)건설사장,김여환(金麗煥.58)대한통운 사장등을 주력경영인으로 포진시켜 놓았다.동아는 지난해12월 계열사를 ▶건설계열▶운송■ 열▶금융계열등 크게 3사업군으로 나눈 바 있다.
이중 유영철 부회장이 건설,이종훈 부회장이 운송,김광희 증권회장이 금융계열을 관할한다.
건설계열의 劉부회장은 연세대 운영위원장(학생회장격)출신의 4.19세대.64년 건설에 공채입사한뒤 토목현장 전표끊기부터 시작해 건설부회장까지 올랐다.원칙주의 경영자,근검.절약과 공익을늘 앞세우는 경영자로 꼽힌다.운송계열 李부회장은 회장 비서실장을 10여년간 역임해 오너인 崔회장의 뜻을 잘 읽는다는 평.부회장겸 그룹 기조실장도 맡고 있다.59년 대한통운에 공채로 입사해 36년만인 95년 대한통운 부회장이 됐다.
동아증권 金회장은 제일은행 출신의 금융통.77년 동아건설 이사부장으로 옮겨 1년만에 회장보좌역을 맡아 崔회장을 도왔다.주도면밀한 성격에 고언(苦言)도 서슴지 않는다는 평.증권사장 때신설회사란 핸디캡을 딛고 영업력을 크게 높였다.
동아는 다른 그룹처럼 정례화된 회장.사장단회의나 운영위원회같은 별도의 최고의사결정기구,회장의 결재란등이 없다.필요할때 소그룹별 부회장.사장이 모이거나 회장단 모임을 갖고 대소사를 조율해 나간다.
이들 최고경영진은 그룹에서 오랜 기간 몸담은 사람들로 구성된게 특징.영입 최고경영자는 금융사업을 키우기 위해 최근 1~3년사이 들어 온 박봉환(朴鳳煥.63)고문과 김창락(金昌洛.64)생명사장,김영종(金榮鍾.51)증권 사장 정도다.
금융계열 고문인 박봉환 전동력자원부장관은 금융사업강화를 위해94년 영입됐다.재무부 차관.증권감독원장.손해보험협회장등을 지낸 경험과 폭넓은 대인관계를 기초로 금융사업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사장들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면서 전보다 사장들의 역할도 커졌다.
주력인 건설은 유성용 대표이사 총괄사장을 중심으로 해외담당 정진삼(鄭鎭三.54)사장과 국내담당 곽영철(郭英哲.56)사장이각각 좌우에 포진해 운영된다.
대한통운의 김여환사장은 운송계열의 주핵이며 생명의 김창락사장,증권의 김영종 사장은 금융계열의 투톱이다.
***생명.증권.兩金'금융투톱 건설의 柳사장은 해외근무를 많이 한 그룹의 국제통.건설총괄사장을 맡으면서 국제전화.영상및 컴퓨터 그래픽등 동아의 정보통신.미디어 신규사업을 챙기는 중책도 맡고있다.해외업무등 건설경영의 총체적 흐름을 파악하는 폭넓은 안목을 갖췄다.
鄭해외담당사장도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처음부터 관여해 지금까지 해외사업사령탑을 맡고 있다.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기술분야에 밝고 노트북을 휴대하고 다니는 전문경영인.
郭사장은 계열 공영토건 사장을 거쳐 지난해말부터 국내담당 사장을 맡았다.
대한통운의 金사장은 민영화(68년)전인 63년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보수적인 대한통운에 세계화바람을 불어넣는등 최근 강도높은 경영개혁을 밀고 나가고 있다.정보통신사업에 힘쓰면서 유통사업도 확충하고 있다.
재계는 동아가 국민들의 뇌리속에 각인된 거듭된 악재를 딛고 재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선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있다.정보통신과 유통업등 사업다각화와 10대그룹으로의 진입을 위해선 새 이미지 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코오롱그룹편> 성태원,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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